‘소울푸드’ 삼겹살, 자급률 50%선 붕괴… “소비 촉진 나서야”

입력 2019-12-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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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에 소비줄고…값싼 수입산 시장 점유율 증가

농가 넘어 국가 경제 현안 부상…강력한 자급률 관리 정책 절실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매년 증가 추세지만 수입이 많이 늘어나면서 돼지고기 자급률이 지난해 67%까지 떨어졌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삼겹살 자급률은 50% 밑으로 떨어져 식량안보를 위한 소비 촉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돈자조금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한돈 자급률은 70% 선이 무너진 67%를 기록했다. 자급률은 구제역으로 약 300만 마리 돼지가 살처분된 2011년에 일시적으로 60.5%까지 떨어진 적은 있지만 지난 10여 년간 75% 내외를 유지했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삼겹살 자급률은 50% 방어선마저 무너지고 있다. 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로 자급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양질의 단백질로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한돈 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ASF으로 인해 산업이 위축되고 소비가 급감했을 뿐 아니라, 수입 축산물의 범람으로 식량안보에 빨간 불이 켜진 것.

식량안보란 국가가 인구의 증가, 천재지변 등 각종 재난이나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항상 국민이 일정한 수준의 식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적정 식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소 자급률 관리가 최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한돈 산업은 2018년 기준 생산액 7조2000억 원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산업으로 식량안보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한돈 자급률 하락은 적절한 수요와 공급체계를 무시한 무분별한 돼지고기 수입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013년 20.9kg에서 21.8kg, 22.8kg, 24.1kg, 24.5kg, 25.6kg으로 지속 증가추세다. 그러나 늘어난 소비량은 국내 돼지고기보다는 수입 돼지고기로 물량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46만 4000톤으로 사상 최대 수입 물량을 경신했다. 이는 평년(31만7000톤)보다 많이 늘어난 수치다. 돼지고기 수입량은 2013년만 해도 18만5000톤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150% 급증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베리코로 촉발된 차별화 돼지고기에 관한 관심 증가로 수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축산 강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 제로화 추세 속에 수입고기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안방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수입 돼지고기는 주로 냉동(94.9%, 44만 톤)으로 들어오며 미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됐다. 삼겹살도 81.2%가 냉동으로 들어온다.

지난해 기준 돼지 도매가격은 1㎏당 전년 4640원보다 7.4% 하락한 4296원을 기록했다. 삼겹살은 1㎏당 1만4694원으로 전년 대비 5.7% 하락했다. 소매가격은 100g당 1953원으로 전년보다 7.6%나 하락했다. 이는 수입 삼겹살이 100g당 1082원으로 3.0% 하락한 것보다 컸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올해 일어난 두 가지 사건에서도 명확히 알 수 있다.

ASF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서도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는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가장 큰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가격 폭등으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고자 미국산 돼지고기 무관세를 검토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국 양파 수입의 75%를 인도에 의존해왔던 방글라데시는 올해 양파 생산량이 급감한 인도가 양파 수출을 전면 금지하자 적대국인 파키스탄에서 양파를 수입하면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세 국가의 지정학적 위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량안보의 차원에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식품산업인 한돈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자급률 관리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돈 산업의 붕괴는 가깝게는 사료 산업부터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삼겹살, 족발, 돈가스 등 외식산업에도 영향을 끼치는 단순 농가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경제 현안과 밀접하기 때문.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 2월 설정한 2022년 육류 자급률 목표는 72.1%다. 그러나 FTA 이행에 따른 관세 인하와 철폐, 육류 소비 증가 등으로 돼지고기 수입량은 지속해서 증가해 2028년 53만 톤 내외까지 올라갈 전망(농촌경제연구원)이다. 식량안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강력한 자급률 정책을 통한 한돈 소비촉진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이형우 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돼지고기 수급 불균형을 극복하고자 업계와 정부에서는 사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비 측면에서는 한돈 소비 촉진행사, 수출선 확보, 생산 측면에서는 자발적 어미돼지 감축 등 다양한 수급대책이 강구되고 있다”며 “이러한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 수급 상황을 면밀히 진단하고, 단기 처방과 장기 대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업계와 정부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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