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어느 한쪽이 없어져도 자기만 살 것처럼 생각되지만 동시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극심한 좌우대립에 직면한 한국사회, 정치권의 갈등이 반영된 현실을 담고 있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47명(33%)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꼽았다고 밝혔다. 불교경전인 '불본행집경'과 '잡보장경'에 따르면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가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다. ‘운명공동체’인 두 머리는 결국 모두 죽게 됐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면서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해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다. '짐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라는 뜻으로 여전히 타개해야 할 난관이 많다는 현실이 반영됐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교수 설문조사로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사자성어 후보 추천위원단이 제시한 35개 가운데 최종 10개를 골라 전국 교수들에게 설문하는 방식으로 최종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