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백화점을 비롯한 소매업체들의 60% 이상이 ‘블프’ 이후에도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금융정보제공업체 레피니티브는 업계의 할인율이 평균 27%로, 블프 때 적용된 할인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마진 축소 우려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두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에 나서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할인’이다. 소매업계 입장에서 최악의 마진을 남기게 되는 셈이다.
의류·쇼핑몰 소매업체들을 위한 전문 컨설턴트인 장 로저스 니펜은 FT에 “미국 소비지출이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최악의 할인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황 때 외에 내가 본 중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캐주얼 의류업체 아메리칸이글의 밥 매이도어 최고재무책임자는 애널리스트들에게 “홍보 활동 증가도 의류 업계의 마진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레피니티브의 하로네 마르티스 소비자 연구 책임자는 “계속되는 할인이 소매업계의 마진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소매업계가 디폴트라는 고위험에 처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소매업체의 이런 폭탄 세일은 미국의 소비지출이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이어서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난 13일 발표된 11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소비가 온라인에 집중된다는 데 있다. 전체 소매업계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고 의류와 전자기기·가전제품 매출은 각각 3.3%, 1.5% 감소했다. 온라인 쇼핑 급증으로 오프라인 상점들이 큰 타격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스터카드는 미국 소매판매가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 또한 전자상거래에 기반한 것으로 오프라인 업체들의 고전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