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난기류를 통과한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의 품에서 새롭게 날아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연내 인수 계약 체결로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금호그룹에서 벗어나 재무개선과 재도약에 나선다. HDC현산은 항공업 진출로 사업 다각화를 꾀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확정됐다. 양측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에 서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3월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캐시카우'로 그룹의 자금지원에 동원되면서 만성 적자로 인한 경영난에 빠졌다.
부실이 드러나자 금호그룹은 산업은행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5000억 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3년간 경영정상화가 이행되지 않으면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자구안도 제출했다. 그러나 산은이 지금 지원을 거부하고 박삼구 회장의 퇴진과 항공 즉시 매각을 요구하면서 한정의견 한 달 만에 항공사 통매각이 결정됐다.
SK와 한화, GS, CJ, 롯데 등 대기업은 매각 공고 전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거론됐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만한 자금력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한 시나리오가 쏟아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인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시아나항공의 숨은 부채에 대한 부담과 실적 악화, 생각보다 크지 않은 시너지 효과 등이 이유였다. 원치 않는 자회사를 떠안아야 하는 통매각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항공업 진출에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특성과 전략적 투자자(SI) 없는 재무적 투자자(FI)의 입찰을 제한한다는 당국의 입장 탓에 사모펀드(PEF)의 참여는 제한됐다.
9월 초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애경그룹과 KCGI(강성부펀드),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시장이 기대한 대기업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에 매각전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본입찰부터는 저가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을 운영하는 애경그룹과 HDC의 대결 양상이 펼쳐졌다.
애경은 인수전 초기부터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인수후보자 중 유일한 항공업 경험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족한 자금력을 극복하지 못했다. 애경은 예비입찰에 참여한 SI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수금융을 조달했으나 현금성자산이 풍부한 HDC현산을 넘어서지 못했다.
HDC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난관은 이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갈등을 비롯한 우발채무 처리 문제를 두고 양측이 갈등했다. 협의가 길어지며 애초 SPA 체결 예정일인 12일을 넘겼으나 최근 합의점을 찾고 인수를 확정지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의 가격은 3200억 원으로 합의했으며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한도는 구주 가격의 10%인 약 320억 원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연장된 우선협상기한 마지막 날인 27일 계약에 서명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조 원 상당의 신주 대금 투입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은 그룹의 '현금 인출'로 인한 것이지 영업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던 만큼 재무구조 개선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HDC현산의 면세점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한편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그룹 자산 규모가 줄어들면서 재계 순위 28위에서 6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대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될 전망이다. 금호그룹의 자산 규모는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서 4조 원대로 줄게 된다. 반면 HDC그룹은 재계 순위 20위권 내로 뛰어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