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선고받은 피고인 7명 모두 법정구속…“모의ㆍ실행ㆍ공모 인정”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상훈(64)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55)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또 조직적으로 노조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삼성 계열사 전ㆍ현직 임직원들과 전직 경찰 등 총 32명의 피고인 가운데 26명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 중 실형을 선고받은 7명은 모두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1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의장과 강 부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상범(61)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징역 1년 6개월), 목장균(55) 삼성전자 전무(징역 1년), 최평석(57)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징역 1년 2개월)도 이날 실형을 선고받았다.
더불어 뇌물을 받고 이들은 도운 전직 경찰청 정보국 경정 김모(61) 씨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5000만 원, 추징금 3100여만 원으로 가장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서비스 자문위원을 맡아 거액의 자문료를 받고 기획 폐업과 노조 탈퇴 종용 등의 행위를 한 송모 전 삼성전자 자문위원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원기찬(59) 삼성카드 대표와 정금용(57) 삼성물산 대표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박용기 삼성전자 부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미전실)로부터 시작된 조직적인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첫 검찰 수사가 이뤄진 뒤 6년 만에 나왔다.
이들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미전실 차원에서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을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 자회사에 태스크포스(TF)와 상황실을 설치해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행한 것으로 봤다.
미전실의 그린화 작업에 따라 삼성 임직원들이 노조원들의 민감한 정보를 빼돌리고 표적 감사를 통해 노조원을 압박한 혐의도 있다. 또 노조 활동이 활발한 협력사의 폐업을 유도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회삿돈을 빼돌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게 무마용 금품을 건네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혐의 등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직원이나 정보 경찰이 개입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재판부는 이런 혐의 중 상당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미전실에서 만든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 업체’ 순으로 이어진 공모 관계에 따라 전략이 실행됐다는 검찰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더불어 △단체교섭 지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제3자 뇌물 취득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 미전실에서 하달돼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노사전략 문건과 복수노조 태세, 인사평가, 비상경영 시나리오, 일일 경향보고 등 노조 와해 문건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이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범행의 모의ㆍ실행ㆍ공모까지 인정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협력 업체를 사실상 하부 조직처럼 운영했고, 수리기사들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설립을 차단하거나 약화하기 위해 폐업을 지시, 유도한 점도 증거가 충분해 지배ㆍ개입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강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혐의로 기소돼 13일 1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