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家) 롤모델 발렌베리 가문, 스웨덴 국민 존경받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가(家) 롤모델로 알려진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회장과 만났다.
유럽 최대 규모 그룹 중 하나인 발렌베리그룹은 오너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삼성은 그동안 발렌베리그룹의 기업 운영방식 등을 일부 벤치마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동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삼성의 준법과 상생경영 관련한 혁신적 업그레이드에 대한 해법을 찾았을지 주목된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오후 방한 중인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양 사 간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발렌베리 가문은 1856년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을 창업해 160여 년 동안 5대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지주회사인 인베스터AB 아래에 에릭슨과 일렉트로룩스, ABB(발전사), 아스트라제네카(제약사) 등을 두고 있다. 또 발렌베리그룹과 삼성은 각각 스웨덴과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하다.
발렌베리는 지배 구조의 최상위에 공익 재단이 자리 잡고 있다. 발렌베리 자회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배당금 형태로 지주회사인 인베스터에 모이고 이것이 다시 공익 재단을 거쳐 이익의 약 80%를 사회에 환원한다. 또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진출하지 않고, 장기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발렌베리 가문의 친분도 두텁다. 5대 후계자인 발렌베리 회장과는 15년 이상 교류를 하고 있는 관계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2년에는 방한한 발렌베리 SEB 회장 일행을 리움미술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발렌베리그룹의 지배구조와 사회공헌 활동 등을 연구한 적도 있다.
이건희 회장 역시 2003년 스웨덴 출장 때 발렌베리가를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발렌베리재단의 고(故) 페테르 발렌베리 이사장(마르쿠스 회장의 삼촌)과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 야콥 발렌베리 인베스터 회장 등과 만나 경영시스템과 강소국 성공 요인, 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마르쿠스 회장에게 준법경영과 상생경영을 비롯해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조언을 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상생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18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건강한 노사문화 정립’ 의지를 강조하는 등 상생과 동행을 화두로 경영목표에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각종 재판 리스크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준법 경영에도 한층 힘을 준다는 계획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최근 준법경영 체제 강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댄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발렌베리 가문처럼 우리나라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삼성을 탈바꿈하고 싶은 게 이재용 부회장의 심정일 것”이라며 “삼성그룹 문화 역시 상생과 준법경영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및 해외 정상들과 연달아 만남을 가지며 활발한 대외행보를 이어왔다.
앞서 이 부회장은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NTT도코모·KDDI·도이치텔레콤 경영진 등 ICT 업계 리더들을 연달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빈 자이드 UAE 왕세제, 모디 인도 총리, 푹 베트남 총리 등 해외 정상들도 방한 일정 중 이 부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또 한일 관계가 냉각돼 있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럭비월드컵 개ㆍ폐막식에 초청을 받아 참석한 바 있다. 일본 비즈니스 리더들과도 활발히 교류하는 등 한일 재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