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측근 불기소 혹은 무죄...경제개혁 차질에 서둘러 봉합 의도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이날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5명에게 사형, 3명에게는 총 2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3명은 풀려났다.
사우디 법원은 “카슈끄지 살해에 직접 가담한 5명은 사형, 이 사건의 은폐를 시도한 3명은 징역형을 선고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들이 불기소되거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면서 판결의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 검찰은 자체 수사 결과, 사우디 정보기관의 2인자이자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인 아흐마드 알아시리가 이번 작전의 최고 책임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왕세자는 사건의 전모를 전혀 알지 못했으며 따라서 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왕세자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아시리가 책임을 지는 모양새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아시리마저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다.
사우디 검찰은 용의 선상에 올랐던 왕세자의 수석 보좌관 사우드 알카흐타니도 기소하지 않은 바 있다.
사우디 법원의 이번 판결을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세다. WSJ는 관게자 말을 인용해 이번 판결은 사형 선고 받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가족들과의 협상으로 감형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판결은 카슈끄지와 그의 가족들에게 정의도, 진실도 가져다주지 못했다”면서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조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 파문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투자를 유치해 석유 의존 일변도에서 벗어나려던 사우디는 카슈끄지 사건이 터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후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는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법률 개정에 나서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이번 판결에 대한 외부의 의구심이 커지고 신뢰도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였던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개인 용무로 들렀다가 사우디 정부 소속 ‘협상팀’에 잔인하게 살해됐다. 카슈끄지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글을 쓰고 발언한 유력 언론인이었다.
이 살해 사건의 배후가 무함마드 왕세자라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됐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