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구조적 장벽으로 성장 어려워…법ㆍ제도 장벽 다 들어내야”

입력 2019-12-2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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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신년 인터뷰 진행…“경제 입법이 막혀 답답해” 작심 발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구조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내년도에도 장기적인 발전적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기득권 장벽을 무너뜨리는 구조 개혁 없이는 산업의 역동성이 저하돼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박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내년도 경제 전망에 대해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발전적 성장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 회장은 현재 우리 경제가 “기득권 장벽이 그대로 존재해 새로운 산업 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고착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서도 작은 리스크만 있어도 원천봉쇄하는 지나친 수준”이라 “기업 전체로 보면 진입 장벽을 갖춘 기업과 한계 기업 두 집단이 변하지 않으며 기업 입출(入出)이 현저히 저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는 결국 산업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투자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구조개혁이 굉장히 더디기 때문에 미래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모든 법·제도, 기득권 장벽을 다 들어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미래를 위한 규제 개혁이 변화가 크지 않은 이유로 △국회의 입법 미비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정과 민간 규제 △신(新)산업과 기존 기득권 집단 간 갈등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사회를 움직이는 법·제도의 틀이 낡아서 바꿔야 한다”며 “사전에 허가·개방해서 일을 벌이게 해주고 사후에 정부가 챙기는 쪽으로 근본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법을 바꿔야 하지만 국회가 전혀 협조를 안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감사원 감사가 있으니 공직자 중 누가 감히 개혁하겠는가”라며 “대통령이 의지가 있어도 하위 공직자 레벨로 내려가면 안 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또 박 회장은 “게다가 지자체는 선거를 의식한다”고 규탄했다.

특히 박 회장은 타다 논란에 대해서는 “택시를 보호해야 하니 '타다'를 하지 말라는 것은 획기적인 서비스에 열광했던 국민과 업체 종사자들, 미래 지향적 사업가들이 다 포기하는 대가로 택시업계를 살리겠다는 말”이라며 “정부가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이용해 의무를 해태한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민 편익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고려해서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는 줄이도록 정부가 직접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태를 이해집단끼리 충돌로 보고 ‘합의하라’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공유경제를 해본 나라들은 거기서 레슨을 얻고 다른 지식으로 무장해 새로운 사업으로 가는데 우리나라는 하나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험조차 못 해보고 남의 이야기로 판단하는 것은 눈을 가리고 미래를 보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박 회장은 이러한 구조적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결국 국민 전체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은 정치권, 정부, 사회 각계각층이 다 같이 나서서 해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고 국내외에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상황이 상시화했다”며 “되풀이되지 않게 우리 사회가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낡은 법·제도 틀과 모든 생각을 바꾼다는 국민 공감대를 끌어낼 정도의 의식개혁으로 몰고 가야 해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내년 4월 들어설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으로 “선거 반년 전부터 모든 법안 논의가 전부 중단되는 일이 항상 반복했는데 지금은 그 대립이 훨씬 심각하다”며 “동물국회, 식물국회, 아수라장 국회라는 말까지 나오며 경제 입법이 막혀 있어 참 답답하다. 20대 국회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작심 발언도 쏟아냈다.

박 회장은 각종 경제·규제개혁 입법 촉구를 위해 20대 국회 기간 국회를 16번 방문한 바 있다.

아울러 박 회장은 내년 규제 개혁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는 “새로운 사업이 많이 될 수 있도록 나서서 도우려 한다”며 샌드박스 민간 접수기구 등 규제의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구상을 밝혔다.

또, 박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도 당부했다. 그는 “기업들이 양극화, 불공정 관행 문제를 외면한 상태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업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강변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기업이 우리 사회 성장 과정에서 혜택을 받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부채의식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박 회장은 지난해부터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이유로 “정치 이슈를 경제에 끌어들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 상의회장(신일철주금 명예회장)이 한일 상의회장단 회의에서 1965년 한일협정과 징용 관련 주제를 꺼내고 싶어하지만, ‘경제는 경제고 정치는 정치다. 정치를 회의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거부해서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한 일은 역사이고, 징용이나 위안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인데 역사가 거래로 지워지느냐”는 한일 관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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