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헌법소원 방침…‘개혁 직격탄’ 검찰, 공식입장 없이 ‘묵묵’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8개월 만에 법안이 통과되며 현행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공동으로 마련한 공수처 법안 수정안을 자유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가결 처리했다. 법안은 재석 176명 중 159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는 14명, 기권은 3명으로 의결됐다.
이날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제출한 또 다른 수정안도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범한 죄’를 수사하는 독립기관이다. 고위공직자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 포함된다. 또 국회사무처·국회도서관·국회예산정책처·국회입법조사처·대법원장비서실 등의 정무직 공무원과 시도지사 및 교육감 등도 해당된다.
이 가운데 공수처는 경찰·검사·판사에 대해서는 직접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동안 검찰이 독점하고 있던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이나 기소권, 공소유지권 등이 일부 분산되면서 검찰 개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대상 범죄는 뇌물, 배임, 범죄은닉, 위증, 친족간 특례, 무고와 고위공직자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해당 고위공직자의 범죄 등으로 규정했다.
특히 경찰·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은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과 청와대의 뜻에 따른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없도록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수처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직거래 금지’ 조항도 포함됐다.
공수처는 법률 공포, 시행 준비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7월경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한국당은 본회의 예정 시간인 오후 6시경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의장석 주변에서 농성을 벌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저지하려고 했으나, 문 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 국회 경위들이 의장석 진입로를 확보하면서 이 시도는 무산됐다.
이에 한국당은 4+1 공조를 흔들기 위한 무기명 투표 방식을 주장했으나 이마저도 수적 열세로 좌절됐다.
결국, 공수처 법안이 표결에 들어가자 한국당은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고, 표결은 빠르게 진행됐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퇴장 후 “북한 보위부, 나치 게슈타포 같은 괴물이 될 것”이라면서 “악법 중 악법인 공수처법이 날치기 처리됐다. 한국당은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등 4+1 협의체는 공수처 법안 통과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수처 법안의 국회 통과는 검찰개혁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향한 역사적 진전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검찰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4+1 협의체는 검찰개혁 차원에서 추진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인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내년 1월 초순께 처리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했다.
청와대 역시 법안 통과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 설치 방안이 논의된 지 20여 년이 흐르고서야 마침내 제도화에 성공했다”며 “공수처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함에 차질이 없도록 문재인 정부는 모든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공수처 설치법안 통과에 직격탄을 맞은 검찰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2020년도 무역보험계약 체결 한도에 대한 동의안’ 등 내년도 예산안 운용과 관련해 정부가 제출한 동의안 3건도 함께 처리됐다.
그러나 문 의장이 “다음은 유치원 3법 상정 예정이나 이들 법안에 대해 여야 간 합의점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 회의를 정회하겠다”고 말하며 회의를 사실상 종료하며 ‘유치원 3법’, ‘데이터 3법’ 등 주요 민생·경제 법안은 처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