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침체 공포가 엄습했던 올해,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살 길을 모색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7일 기준, 올해 전 세계 M&A 거래액은 3조8000억 달러(약 4387조 1000억 원)로 1995년 이래 네 번째 큰 규모다. 지난해 3조9800억 달러에서 4% 감소했지만 덩치 큰 거래가 많았다. 250억 달러 이상의 M&A가 12건으로 작년의 두 배에 달했다.
또한 미국의 M&A 성적이 월등했다. 전년 대비 12% 증가한 총 1조8000억 달러의 M&A가 이뤄졌다.
유럽에서는 거래 규모가 30% 가까이 줄어들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유럽 경제의 최대 성장 엔진 독일의 경제 성장 둔화, 영국의 브렉시트 불확실성 여파란 분석이다.
올해 주목할 만한 M&A로는 지난 6월, 미국 3위 방산기업 레이시언과 항공기 부품 제조사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가 합병해 1000억 달러가 넘는 거대 항공·방산 테크 기업의 탄생을 알렸다.
8월 미국의 3대 지상파 방송국 중 하나인 CBS와 미디어 기업 비아콤이 300억 달러 규모의 합병에 합의했다. 14년 만에 재결합 선언으로 미디어업계 지각변동을 알렸다.
11월에는 프랑스 명품 패션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를 162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주얼리 시장의 파란을 예고했다.
내년 M&A 시장도 올해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미중 무역합의 진전과 브렉시트 불확실성 해소, 견고한 미국 경제 영향으로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 진행되는 M&A는 기술발전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인 경우가 많다.
반면, 반론도 나온다. 네메로프 베더 프라이스 대표는 “내년에도 M&A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작년과 올해만큼은 아닐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선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한 반면 주식은 고평가된 환경이 M&A에 좋은 환경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내년 치러지는 미국 대선도 복병이다. 미국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 같은 진보 인사가 대선 후보로 지명될 경우,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지면서 M&A 흐름이 한풀 꺾일 수 있다. 워런은 기업의 M&A가 경쟁을 저해한다며 합병 기업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 페이스북·구글·아마존 등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 관련 규제도 불확실성을 키워 잠재적인 M&A 가능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