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이념 갈등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터뷰
20대 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안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혁안과 검찰개혁 법안 등을 둘러싼 충돌로 ‘동물 국회’가 재연됐고, ‘조국 사태’란 대형 이슈가 겹치면서 대화와 타협, 협치는 실종했다. 국회 파행이 거듭되면서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저 수준에 그쳤다.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밀리면서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의 좌우를 떠나 국회가 일단 존중받지 못했다”면서 “민주주의 원칙은 룰에 맞춰 정치 싸움을 하되 소수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돼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권력을 가진 쪽이 국회를 존중하지 못했다”며 “실제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를 무조건 쫓기 바빴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국회는 좌우 이념 갈등이 문제였다면 20대 국회는 그것보다 정치적 권력의 핵심이 의회를 존중하지 못한 게 크다”고 분석했다.
입법부가 존중받지 못한 사례 중 하나로 신 교수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국무총리후보자에 지명된 것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통합’이란 시대적 요구에 잘 맞는 적임자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입법부 수장 출신을 총리로 발탁한 것은 ‘삼권 분립 훼손’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신 교수는 “국회의장이었던 정 전 의장을 국무총리로 지명한 것은 의회를 사실 우습게 안 것이다. 상황이 어떻든 간에 ‘우리는 간다’는 식의 모습에서는 국회가 최악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의 사보임(사임과 보임의 준말) 문제도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사법개혁특위 간사였던 시절 손학규 대표는 오 원내대표에 대해 사보임을 결정했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를 승인했다. 이는 오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행사하면 여야 4당이 합의한 개혁안이 물거품 될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신 교수는 “반대할 것 같은 의원은 위원에서 사임시키고 찬성할 것 같은 의원은 보임시킨 것은 선거의 본래 뜻을 왜곡시켰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채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512조3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도 신 교수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그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이 배제됐다”면서 “민주주의는 가치의 문제다. 여야가 가치에 충실하면 민생법안을 외면하는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선거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여야가 ‘당리당략’으로만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국민을 중심에 놓고 선거법을 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별로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함이란 것이다. 신 교수는 “국민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소외되고 여야들끼리 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임시국회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오를 회기 결정 안건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부분을 언급하면서 “한국당 입장에서는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선거법 원안대로 올리겠다 하면 사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왜냐하면 한국당에 불리하지 않다. 원안대로 올리면 호남 쪽 지역구를 둔 의원이나 다른 지역 의원들 자체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신 교수는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민주당에 쉽지 않은 게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선거를 치러봐야 알겠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그러할 것”이라며 “집권 4년 차에 치러진 선거에서 여당이 이긴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국민이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순 없다”고 덧붙였다.
보수는 성장을 앞세워 민생을 외면하고, 진보는 표심을 겨냥한 복지 표퓰리즘에 몰두하고 있단 비판에 대해 신 교수는 “여야 모두 ‘자신만 옳다’는 ‘절대 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절대 선에서 벗어난 중간 지점이 중요하다. ‘이 사람 의견도 맞고 저 사람 의견도 맞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