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2006년 필리핀 수비크만에 조선소를 건립한 때만 해도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0대 조선소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계속된 조선업 불황과 수주 절벽 사태 등을 버티지 못하고 2016년 채권단에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신청하고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을 체결했다. 또 채권단은 작년 2월 공동관리 절차를 2018년에서 2020년 2월까지 연장하기로 변경 약정했다.
수비크 조선소는 모기업인 한진중공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에 직격탄이 됐다. 수비크 조선소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수천억 원대 영업손실은 물론 조 단위의 순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한진중공업은 2018년 연결 기준 자본잠식이 발생했고 관리종목으로도 지정됐다. 같은 기간 수비크 조선소를 떼어낸 별도 기준으로는 한진중공업이 20018년을 제외하고 영업이익을 내며 회생 가능성을 비쳤다.
최근 5년간 한진중공업의 매출 추이를 보면 2015년 3조 원이 무너지기 시작해 2017~2018년에는 절반 수준인 1조6000억 원대로 줄었고, 작년 3분기까지는 전년보다 25.7% 감소한 1조845억 원에 그쳤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2015년 2234억 원 영업손실에서 적자 규모가 점차 줄어 2018년 617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작년 3분기까지 149억 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3% 감소했다.
수년간의 적자로 이자보상배율은 측정 불가였다가 흑자를 낸 2018년 0.6배를 기록했다. 다만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작년 3분기까지는 0.2배에 그쳤다.
한진중공업은 작년 1분기에만 5000억 원이 넘는 차입금을 상환했으나 여전히 1조 원이 넘는 장단기 차입금이 남아있다. 한진중공업의 차입금의존도는 2015년 51.6%에서 2018년 78.1%까지 늘었다가 작년 3분기 52.8%로 낮아졌다. 외부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만 매년 1000억 원 안팎을 지급하고 있으며 작년 3분기에는 954억 원으로 전년보다 27.5% 늘었다.
또 거액의 순손실로 자본총계가 줄면서 부채비율은 2015년 388.5%에서 22017년 628.8%로 늘었고 이듬해 완전잠식에 빠졌다. 그러다 자구안 일환으로 출자전환과 자본감소를 통해 작년 3분기 974.8%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조남호 회장의 지분 전량을 소각하면서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한진중공업은 자산매각을 중심으로 재무개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부터 3년간 매각한 자산 규모만 2조1360억 원에 달하며 작년에도 동서울터미널과 인천시 서구 원창동 부지 등 1조1216억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다. 두 자산의 장부가액은 각각 2970억 원, 107억 원으로 매각 차액만 두 곳을 합쳐 2000억 원을 웃돈다. 자산 매각에 따른 영업외수익 발생과 이익잉여금의 증가, 차입금 상환으로 부채비율이 400%대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동서울터미널의 매각 잔금 중 70%는 2021년까지 입금되며 회사 측은 잔금 역시 모두 부채 상환에 쓸 계획이다.
다만 한진중공업의 별도 기준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계기업에서 벗어나려면 추가 자산 매각에 따른 부채 상환으로 채무 부담을 낮추는 한편 이자 비용을 줄이거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법, 또는 이둘 모두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진중공업의 별도 기준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0% 넘게 줄어든 102억 원에 그쳤다. 매출도 11.6% 감소했다. 거기다 올해 예정된 자산매각 규모는 219억 원에 불과하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터미널 매각과 그에 따른 차입금 상환으로 부채비율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공시 사항이라 숫자로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재무구조는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며 “건설 쪽은 최근 들어 수익이 잘 나는 데다 작년 특수선 수주를 많이 받는 등 조선도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