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 시장의 인수·합병(M&A) 최강자는 일본이었다. 국내외적인 요인의 영향으로 뒤를 쫓던 중국을 2년 연속 제쳤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들의 M&A 규모는 2000억 달러(약 233조 8000억 원)였다. 이 중 해외 M&A가 1120억 달러로 절반을 넘었다.
해외 M&A가 차지한 비중에서 드러나듯 일본 기업들은 생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출산 및 고령화라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으로 국내 내수 시장이 축소되고 있어서다.
알렉스 카르텔 도이체방크 지역투자금융 전문가는 “고령사회인 일본에서 유기적 성장(기업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에너지와 생산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면서 “매출 성장을 견인할 가장 좋은 방법은 해외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 ”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을 둘러싼 환경도 변수가 됐다. 특히 장기화한 미·중 무역갈등은 일본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일본 기업에 군침을 흘리는 글로벌 사모펀드가 증가한 것도 활발한 인수합병의 주요 배경이다. 제프 액턴 BDA파트너스 전무 이사는 “사모 펀드 매각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8년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도시바메모리를 180억 달러에 베인캐피털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미국 사모펀드 KKR도 43억 달러에 일본 닛산자동차로부터 칼소닉칸세이의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아베 신조 내각의 의지도 일본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촉진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주주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시각도 변했다. 주주들은 기업에 대해 수익성 강화와 자본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핵심 자회사를 처분하고 핵심 사업을 보강할 수 있는 M&A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활발하게 M&A에 나서고 있는 데는 기업 구조조정 압박이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기업 구조 재편성에 나선 업체들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던 자회사들 정리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또 창업 1세대가 아직도 회사를 운영하는 곳들의 경우,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A를 활용한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