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미국 IT 공룡들이 뉴욕에 속속 둥지를 틀면서 글로벌 금융허브에서 제2의 실리콘밸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2년까지 뉴욕에서 근무하게 될 아마존·애플·페이스북·구글 등 실리콘밸리 IT 공룡들의 직원 수가 2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IT 공룡들의 뉴욕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뉴욕의 미니도시인 허드슨 야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IT 공룡 4개사는 이미 허드슨강을 따라 미드타운에서 로어맨해튼에 이르기까지 둥지를 튼 데 이어 장소를 놓고 서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허드슨 야드에 있는 빌딩 3곳과 임차 계약을 맺은 이후, 허드슨 야드 일대에서 70만 제곱피트 규모의 임대 계약을 논의를 진행하는 등 뉴욕 거점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인 구글도 이미 맨해튼에서 대규모 단지 조성에 들어갔다. 뉴욕 맨해튼 남부 웨스트빌리지의 허드슨 강변에 170만 제곱피트(약 16만㎡) 규모의 ‘구글 허드슨 스퀘어’를 조성해 향후 10년간 7000명의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에서 33만5000제곱피트의 사무실 임대 계약을 체결했고 1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게 된다.
IT 공룡들이 뉴욕에 눈독을 들이면서 2009년 7만9400만 명에 불과하던 뉴욕의 기술 인력은 10여년 만에 14만2600명으로 80%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뉴욕의 기술 인력 수는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16년 이래 기술 부문의 구인도 38% 증가했다.
기술기업들만 몰려오는 게 아니다. 돈도 따라왔다. 2018년부터 2019년 3분기까지 뉴욕 스타트업에 270억 달러(약 31조6000억 원)의 투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는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가장 많은 액수다.
뉴욕이 제2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이유는 오랫동안 지배해온 전통 금융산업이 핀테크 등으로 인해 엔지니어와 기타 고도 숙련된 인재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뉴욕에 전문 인력이 풍부한 데다 교통 시스템, 문화적 다양성 등 환경 요인이 더해지면서 뉴욕이 기술 기업들에게 더 없이 매력적인 곳이 됐다는 분석이다. 뉴욕이 기술 기업들의 주요 시장인 유럽과 지리상 근접하다는 것도 이점이라는 평가다.
제임스 패럿 뉴스쿨 이코노미스트는 “아마존이 뉴욕에 입성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면서 “유능한 기술 인력이 모여있는 데다 관련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면서 “뉴욕은 분명 매력적인 곳”이라고 강조했다.
IT 공룡들의 뉴욕 사무실에는 주로 판매와 마케팅 직원들이 근무할 예정이다. 패션·금융·미디어·부동산 등 뉴욕의 핵심 산업과 고객 가까이에서 근무할 필요성이 높은 분야의 직원들이다.
한편, IT 공룡들의 대거 뉴욕 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급 인력들이 몰려들면서 뉴욕의 소득 불평등 심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주거 비용 상승 등으로 저소득 계층이 거주지인 뉴욕을 떠나야 하는 상황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