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이 50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한데 이어 국내 주식형 ETF 수익률은 코스피 지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를 타고 ETF 시장은 세제 개편, 상품 다양화 등을 통해 올해도 규모를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말 ETF 순자산 총액은 51조7000억 원으로 전년(41조 원) 대비 26.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23일 최초로 50조 원을 돌파한데 이어 증가세로 시장을 마감한 셈이다.
ETF 전 종목의 연간 수익률은 6.54%로 상승 종목(259개)이 하락 종목(143개)보다 많았다. 특히 국내주식형 ETF 수익률이 7.83%를 기록하면서 코스피 지수 수익률(7.67%)을 0.16%포인트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ETF는 CSI 300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로 79.8%에 달했다. 이어 ‘KINDEX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75.7%)’, ‘TIGER 미국S&P500레버리지(63.9%)’, ‘TIGER 유로스탁스레버리지(57.9%)’, ‘KINDEX 러시아MSCI(55.9%)’ 순이다.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종목은 ‘KODEX WTI 원유선물 인버스’로 수익률이 –32.7%에 불과했다.
상장 종목 수도 450개로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형 35개ㆍ해외형 13개 등 ETF 48종목이 유가증권 시장에 신규 상장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전체 상장 종목수는 국내형 335개, 해외형 115개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인컴형 ETF’ 상장이 활발했다. 인컴형 ETF는 채권이자, 배당금, 부동산 임대수익 등 정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데다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정기적 수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상장한 주요 인컴형 ETF로는 ‘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 ‘KODEX TRF 시리즈’, ‘KINDEX 싱가포르리츠’, ‘KINDEX 모닝스타싱가포르리츠채권혼합’ 등이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진 반면 일평균 거래대금은 줄었다. ETF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33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평균 거래대금이 100억 원 이상인 고유동성 종목도 15개로 전년 대비 1개 줄어들게 됐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23.8% 감소하는 등 주식시장 전반의 거래가 부진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종목은 ‘KODEX 레버리지’ ETF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2064억 원에 달하며 전체 시장의 15.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12.8%)’, ‘KODEX 200(12.1%)’, ‘KODEX 200 선물인버스2X(11.2%)’, ‘KODEX 코스닥150 선물인버스(11.1%)’ 순이다.
투자자별로 보면 코스피 시장 대비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고, 개인투자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개인 거래비중이 38.6%로 가장 많았고, 기관 32.7%, 외국인 28.7% 등이다.
ETF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올해도 시장 규모 확대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 비중은 2.8%로 미국(11.7%), 일본(6.4%) 등 해외 주요시장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많은 셈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올해 ETF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인컴형 상품을 늘릴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ETF를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인컴형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며 “국내외 리츠, 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자들의 해외 직접투자 수요를 국내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해외형 ETF 투자환경도 개선키로 했다. 특히 국내 상장 ETF에 적용되는 불평등한 과세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전망이다.
또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원자재 등과 연동된 ETF를 신규 상장해 다양한 글로벌 상품도 공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