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직접투자 급감, 투자 매력 없는 나라

입력 2020-01-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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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외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FDI)가 2018년의 269억 달러에 비해 13.3% 줄어든 233억3000만 달러(신고 기준)로 집계됐다. 2013년 이후 6년 만에 감소했다. 실제 투자가 집행된 도착 기준으로는 127억8000만 달러에 그쳐 감소폭이 26%에 이른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FDI 모두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외국인투자기업 법인세 감면 혜택 폐지를 앞두고 2018년 FDI가 이례적으로 급증했던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투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한국의 투자 매력이 사라지고 있음을 이유로 들고 있다. 온갖 규제의 장벽에 둘러싸인 국내의 척박한 기업환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국내에 생산시설이나 법인을 설립하는 ‘그린필드형 투자’가 신고액 159억1000만 달러로 20.5%, 도착액 61억1000만 달러로 49.3%나 감소한 것이 말해 주고 있다. 대신 기업 인수합병(M&A) 투자가 신고액 74억2000만 달러, 도착액 66억7000만 달러로 각각 7.6%, 27.8% 늘었다.

FDI의 걸림돌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국 기업들은 노무 환경과 규제, 세제 등의 문제를 주로 꼽고 있다. 최저임금 급등과 경직된 주 52시간 근로제 등 친(親)노동 정책과 노동시장 경직성, 화학물질 관련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등 규제 강화, 법인세 인상으로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부담이 크게 늘고,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산업 분야에서 잇따르고 있는 기득권 집단과의 갈등도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여 중장기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는 감소하는 반면,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ODI)는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집계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ODI 금액은 44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6%나 늘었다. 연간으로는 500억 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의 ODI도 497억8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FDI의 2배를 훨씬 웃돈다. 설비투자 감소세에서 알 수 있듯, 우리 기업들까지 국내 투자는 줄이고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대거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을 기피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법인세율 인하로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는 것과 거꾸로다.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줄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한다. 우리 기업 환경의 현주소다. 기업의 국내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일자리를 만들 수 없고 소득과 소비도 줄어든다. 경제가 후퇴하는 악순환이다. 경제를 살리고 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환경의 획기적인 개선 말고 달리 길이 없다. 규제의 혁파와 노동시장 개혁이 그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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