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기업 지분 늘린 국민연금

입력 2020-01-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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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사옥 전경.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가운데 ‘오너리스크’가 불거진 기업의 지분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 시즌을 앞두고 한진그룹과 CJ 등의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은 9.90%에서 11.36%로 증가했다. 한진 지분은 7.54%에서 9.62%로 늘었다. 다만 한진칼 지분은 5%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CJ그룹 지주사인 CJ 지분은 7.48%에서 8.48%로 늘었다. 국민연금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이은 CJ 2대 주주다. CJ제일제당 지분도 12.32%에서 12.56%로 소폭 증가했다.

한진그룹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갈등 중이다. 이에 더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압박도 커지는 상황이다.

3세 승계 작업 중인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마약 밀반입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 CJ는 마약 문제에도 이 부장에게 지주사 지분 일부를 넘겼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 부문을 분사해 지주사에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 부장은 CJ 지분 2.8%를 보유하게 됐다.

횡령ㆍ배임 혐의가 제기된 대림산업에 대해서는 10월까지 지분을 줄여왔으나 최근 11.63%에서 12.21%로 다시 늘렸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을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지난달 검찰은 이 회장을 기소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금운용위원회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의결과 금융당국의 연기금에 대한 단기매매차익반환(10%룰) 예외 등으로 지난해보다 주주활동 운신 폭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 대량보유 보고제도(5%룰) 완화, 10%룰 예외가 담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1분기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류영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국민연금의 지분 증가가 단순히 패시브펀드 등을 통해 이뤄졌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주권 행사에 대한 확대 해석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올해에는 작년보다 목소리를 높여 나갈 것이라 본다”라면서도 “이는 경영간섭이 아니라 주주로서 응당 행사해야 할 권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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