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한국 증시는 급반등했다. 10일 증시 전문가들은 전면전 가능성은 면했지만 앞으로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에서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차익 매물과 함께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반도체 대형주 외에도 여타 다른 업종들의 키맞추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전일 한국 증시는 이란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발표와 트럼프의 군사력 사용을 자제하는 발언을 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했다. 이날 마감된 미 증시도 장 초반 스위스 외교부가 스위스를 매개체로 이란과 미국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미ㆍ이란 긴장 완화 소식이 전해지며 상승한 점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친 이란계 무장단체들이 미군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전일에 이어 오늘도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 관련 소식으로 미 증시는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었다.
이렇듯 미국과 이란 문제는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으나,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 향후 소비 감소 등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애플이 중국에서의 아이폰 판매 급증 소식이 전해지며 강세를 보였으나 애플 부품주들로 확산되지 못하는 등 차별화를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최근 상승폭이 컸던 마이크론(-0.37%)도 하락 전환하는 등 차익 욕구가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날 한국 증시는 전일 상승에 따른 일부 차익 매물 출회가 예상된 가운데 개별 종목들의 변화에 따라 등락을 보이는 종목장세가 예상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다음주(1월 13~17일) 코스피 주간 예상 밴드는 2160~2240포인트로 제시한다. 상승 요인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1월 효과 △반도체 실적 상향 등이고, 하락 요인은 △북미관계 불확실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 △밸류에이션 부담 등이다.
중동발 전쟁 우려가 감소하면서 다시 글로벌 경기 개선과 유동성 확대로 관심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도 반도체가 보여준 양호한 실적과 상대 성과는 연간 반도체 비중 확대에 대한 믿음을 충분히 충족시켜 줬다고 판단한다.
연간으로는 반도체가 주도주이겠으나 단기적으론 반도체 상승 이후 여타 업종의 순환매, 키맞추기, 주요 이벤트 관련 트레이딩 등도 진행될 전망이다. 금주 CES와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에 이어 다음 주 이벤트는 미중 무역 1차 협상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이다. 1월 효과 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슈라는 점에서 중소형주 투자심리도 양호할 전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다음 주 국내증시는 시장의 장기 중심 추세선인 2150선 하방지지를 시험하는 중립수준의 주가흐름 전개를 예상한다.
차주 국내외 증시 초점 역시 이란 지정학적 리스크 변수에 지속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이 즉각적으로 대이란 경제제재를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으며 새로운 핵합의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발언했단 사실은 사태의 조기진화 가능성을 지지하는 분명한 긍정요인이다.
반면 2015년 핵협상 당시와는 달리 격앙된 양 진영을 중재할 세력이 마땅찮은 현 국제환경과 중동 지정학적 긴장감 조성이 통상 미국 대선가도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단 그간의 경험칙을 고려하면, 시리아ㆍ레바논ㆍ예맨ㆍ가자지구 등지에서 활동 중인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의 추가 도발 가능성 등은 사태해결 가능성을 제한하는 여전한 부정요인이다. 낙관과 비관 양 축을 오가는 시소게임 구도 전면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궁금한 점은 이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의 국내증시 투자전략 함의 판단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필요. 첫째는 현 교착상태가 장기화하는 것이다. 군사적ㆍ경제적 대립과 외교적 중재시도의 장기 복합화 양상을 예상한다. 단기적으론 관련 뉴스 플로우 변화에 기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내 심리적 설왕설래 과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분간 KOSPI 2200선 전후 인덱스 횡보등락과 종목장세 구도의 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현 시장 교착상태를 반도체ㆍEPC 밸류체인(산업재 내 E&P 건설 및 LNG 밸류체인)ㆍ차이나 인바운드 소비재 등 중장기 전략대안 비중확대의 호기로 활용함이 합당하다.
둘째는 쾌도난마식 합의 도출의 경우다. 이란 측 백기투항 내지는 UN 안보리 측 중재를 통한 미국ㆍ이란 핵협상 재개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 부활과 경기민감 수출 대형ㆍ가치주 낙폭만회 시도에 기인한 KOSPI 상승랠리 추세화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셋째는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로 강대강 정면충돌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미국 측 대대적 이란 공습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정유ㆍ정제시설 사보타주 및 주변국 무력도발ㆍ테러로 맞서는 파국의 현실화 시나리오다.
이 경우 KOSPI 하방은 7~8월 패닉 당시 저점인 1940선까지 후퇴할 것이다. 주식보단 현금이, 가치주ㆍ자산주ㆍ내수주 등이 시장의 현실적 안전지대로 기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