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백신은 인체 면역체계에 암세포 특유의 항원을 기억시켜 암세포를 항시 공격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기술이다. 항원 형태나 항원 전달 방법 등 다양한 기술이 있으며, 펩타이드, DNA, RNA, 수지상세포 등을 이용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1200여개의 항암백신이 개발 중으로, 글로벌 항암 백신 시장은 연평균 1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2022년 약 8조 9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암백신이 예방에서 치료적 관점으로 확대되면서 독성이 낮은 면역치료제의 한 유형인 치료용 백신이 향후 항암 백신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치료용 백신으로는 전립선 암 치료 백신인 ‘프로벤지(Provenge)’만이 시장에 출시된 상태로 미국 내 가장 비싼 항암제(1회 투여 약 1억 1400만 원)로 등록돼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치료용 항암백신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미 2014년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 신약을 받은 젬백스앤카엘의 췌장암 치료 백신 ‘리아백스주(GV1001)’는 올해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췌장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도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아 안전한 범용 항암 백신으로 적응증을 확대해가고 있다.
자체 개발한 자궁경부암 치료용 ‘DNA백신(GX-188E)’을 보유 중인 제넥신은 머크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으로 말기 암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JP모건 컨퍼런스’에서 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윤진원 제넥신 상무는 “치료용 백신은 기존 항암제, 방사선 요법보다 독성이나 부작용이 적고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해 환자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면역항암제로 꼽힌다”며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의 무반응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치료백신과의 병용 연구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SCM생명과학도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요법으로 접근한다. SCM생명과학은 전이성신세포암을 타깃으로 임상에 실패한 코이뮨의 수지상세포 암치료백신을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요법으로 새로운 임상디자인 설계를 계획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항암백신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벨기에 ·프랑스 소재 ‘피디씨 라인 파마(PDC line Pharma)’가 진행하는 임상 1상/2a상 단계의 비소세포폐암 항암백신 과제를 도입한 것이다.
더불어 플랫폼 형태의 치료용 항암 백신 기술도 등장하며 국내 치료 백신 시장에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JW신약의 자회사인 JW크레아젠과 파미셀은 수지상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을 독자 개발했다. 이는 적합한 항원만 주어지면 항원 특이 면역 반응 유도를 통해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어 환자의 약해진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고 항원 특이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해 암세포를 공격, 암의 치료·예방이 가능하다.
JW크레아젠은 혈액으로부터 단핵구를 선별해 분화시키는 플랫폼 ‘크레아박스(CreaVax)’를 기반으로 현재 간암(CreaVax-HCC, 임상 3상), 뇌종양(CreaVax-BC, 임상 1/2상) 등의 임상이 진행 중이다. 또 혈액 내 1% 이하로 존재하면서 강력한 항원제시 기능을 갖는 것으로 알려진 수지상세포 아형(subtype)을 기반으로 하는 파미셀은 전립선암과 난소암 치료제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셀리드는 암 항원 유전자와 면역증강제를 암 환자의 B세포와 단구세포에 주입해 다시 몸 속으로 투여하는 ‘셀리백스(CeliVax)’ 플랫폼 기술로 5가지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이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BVAC-C’는 자궁경부암 항암면역치료백신으로 2023년 ‘BVAC-C’의 상업화를 위해 성남에 세포유전자치료제 GMP제조시설 구축에 속도를 내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백신 중에서도 치료백신은 예방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해 면역치료제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성장이 예상된다”며 “현재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는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등이 기폭제가 돼 앞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치료백신 연구개발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