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제조 그 이상을 보여준 자동차 업계…가격ㆍ안전성ㆍ규제 정비 등에 승자 결정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0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는 ‘미래 모빌리티(이동성)’의 청사진이 확인됐다. 자동차와 전자 업계는 자율주행과 친환경차부터 개인 비행체, 미래 도시에 이르는 모빌리티의 ‘큰 그림’을 내놨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으며 향후 양산 가능성과 규제 정비 등 ‘디테일’에 진정한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CES에 참석한 자동차 업계는 완성차 제조 그 이상의 모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가 우버와 함께 개발해 공개한 실물 크기의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이 관심을 집중시켰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상용화는 2028년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국내ㆍ외에서 동시에 UAM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용자와의 교감과 자율주행 기능에 집중한 다양한 콘셉트카도 등장했다.
다임러 그룹은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은 자율주행 콘셉트카 ‘비전 AVTR’을 공개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AG 및 메르세데스-벤츠 AG 이사회 의장은 “자동차가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분야가 바로 ‘연결성’”이라며 “단지 스마트폰을 차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계와 사람 사이의 연결을 뜻한다”고 말했다.
아우디도 교감하는 모빌리티 파트너이자 제3의 생활공간으로 구상한 자율주행차 ‘AI:ME’를 공개했다.
전자업체 소니는 전기차 ‘비전-S’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비전-S는 차 안팎에 장착된 33개의 센서로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전 좌석에서 디스플레이와 오디오를 비롯한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제공한다.
토요타는 자율주행차ㆍ로봇ㆍ퍼스널ㆍ모빌리티ㆍ스마트 홈 등의 기술을 실험할 스마트 시티인 ‘우븐 시티(Woven City)’ 건설 계획을 내놓았다.
이처럼 자동차와 전자 업계가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의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제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승자는 가격과 안전성, 국가 차원의 규제 정비 등이 가를 전망이다.
현대차가 공개해 관심을 끈 플라잉카를 예로 들면, 가격 경쟁력이 대표적인 관건이다. 현재 세계에서 개발 중인 플라잉카의 가격은 1대당 수십억 원에 이른다.
슬로바키아의 ‘에어로 모빌’이 올해 납품 예정으로 예약 판매한 2인승 비행 자동차는 가격이 120만 유로(약 15억4586만 원)로 책정됐다. 이처럼 판매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운영 비용까지 더해지면 경제성이 떨어져 상용화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안전성 문제도 있다. 실제 에어로 모빌은 2015년 시험비행 과정에서 차체가 추락하는 사고를 겪었다. 사고 발생 시 인명 피해로 직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업계가 얼마나 안전성을 보강할 수 있는지도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할 전망이다.
국가 차원의 법과 제도 정비도 필수적이다. 현행법상 플라잉카를 몰려면 비행기 조종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비행마다 당국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비행기만큼 규제가 까다로워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보험 인프라 역시 중요한 문제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4월 플라잉카와 관련한 보험 상품이 출시됐지만, 한국에서는 보험 인프라 구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플라잉카와 비교해 자율주행차는 가격 경쟁력을 점차 확보해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여겨지는 ‘라이다’는 레이저를 목표물에 비춰 사물과의 거리와 특징을 감지하고, 이를 3D 영상으로 모델링하는 기술이다.
현재 라이다 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의 ‘벨로다인(Velodyne)’은 이번 CES에서 가격을 대폭 낮춘 라이다를 공개했다. 100달러 수준으로 벨로다인의 초기 제품 가격(7만5000달러)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다.
국내 업체로는 현대모비스가 벨로다인과 2021년 레벨3 자율주행용 라이다 시스템을 양산할 계획이라 경제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제도 정비에 있어서는 갈 길이 멀다. 정부가 ‘2027년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아직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자동차손해배상법 등 고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결국, 정부가 업계의 기술 발전을 뒷받침할 제도와 인프라를 마련하는 속도, 업계가 가격과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속도가 맞아 떨어져야 진정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승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