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느 순간 천막은 사라지고 낙하산 인사는 당당하게 출근을 한다. 공식처럼 이어지는 이같은 모습은 매년 되풀이 되지만 정부나 기관 누구도 바꿀 의지가 없어 보인다.
최근 사장 선임 작업에 돌입한 예탁결제원만 해도 낙하산 인사 논란을 또다시 거론하기 민망할 정도로 이미 고착화된 모양이다. 예탁결제원은 1974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내부 출신이 사장 자리에 오른 적이 없는 낙하산 천국이다.
예탁결제원의 최대 주주인 한국거래소 역시 설립 이후 3명만이 내부 승진으로 이사장이 됐다.
이들 조직은 낙하산 인사가 어울리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만 하더라도 주주는 증권ㆍ선물회사다. 한때 공공기관이었지만 지난 2016년 공공기관지정에 해제됐다. 정부 지분이 전혀없는 민영회사가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예탁결제원 역시 공공기관이지만 최대 주주는 한국거래소다.
이들 조직은 형식상 공모로 수장을 뽑고 인사추천위원회를 갖추고 있지만 말 그대로 형식에 불과할 뿐이다. 때문에 “이왕 낙하산이 올거라면 전문성 있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정도다.
야당 일때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정당이나 정부도 막상 정권을 잡게 되면 낙하산 인사를 적극 활용(?)할 뿐 이를 바꾸거나 개혁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달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예탁결제원 사장만 하더라도 그렇다. 예탁결제원은 후임 사장 공모 결과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등 총 5명의 후보자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위원회 출신이자 여당 유력 인사인 이 수석전문위원이 유력한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반발한 제해문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이 사장 공모에 지원하며 이슈가 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인사의 특성상 ‘이슈몰이’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엄연히 주인이 존재하지만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앞으로 얼마나 더 계속돼야 할까.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면서 자본 시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십여년째 주가 지수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필요한 제도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금융투자업계는 과거 정부의 외압을 이기고 협회장 선출권을 찾아온 역사가 있다. 다른 기관들과 달리 금융투자협회는 거래세 인하 등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던 현 정부의 모토를 복기하면 지금 금융투자업계에서 이뤄지는 낙하산 인사는 납득하기 힘들다.
진정한 금융투자업계의 개혁과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치 사슬을 끊고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경영자를 선임해야 한다.
정부부처를 퇴임한 사람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유지하는 기관장 자리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은 모두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더 늦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