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먹기도 하고 구워서도 먹는다. 쪄 먹어도 맛이 좋은데다 단백질과 지방뿐 아니라 비타민까지 함유하고 있어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어려웠던 시절 모두가 먹고 싶어하던 최고의 반찬이었고, 오늘날은 냉장고 속 필수품이 된 '계란' 얘기다. 1인 가구 증가와 건강 중시 문화 확산 등 사회 변화 속에서 계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삶거나 구워 조리가 필요 없는 달걀', 가공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운란, 훈제란, 반숙란 등이 가공란에 속한다. 기술 발전으로 영양 손실을 최소화한 가공란은 떡이나 조각 과일 등과 함께 핑거밀(식사 대용으로 섭취가 가능한 음식류)로도 손색 없다는 평가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난가공 시장은 지난해 580억 원 규모까지 확대됐다. 이는 전년(430억 원) 대비 34.9% 증가한 수치다.
가공란 매출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15일 오픈마켓 위메프에 따르면 가공란 중 '반숙계란'과 '맥반석계란'의 매출액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각각 186%(약 3배), 300%(4배) 증가했다.
위메프는 "간편식 인기가 계속되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가공란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며 "반숙란의 경우 SNS에서 반숙란을 활용한 레시피가 유행한 것도 매출 증가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가공란의 인기 원인으로 △온라인을 통한 신선식품 구매 증가 추세 △오프라인과 비교해 저렴한 가격 △대량 구매 시 편의성 등을 꼽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매장에서도 가공란 인기는 높다.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에서 가공란 매출 증가가 돋보인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전년 대비 가공란 매출 신장률은 2017년 23.9%, 2018년 22.1%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공란 매출 신장률도 15.2%로, 생란의 매출 신장률(4.0%) 대비 4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저탄고지(저탄수화물ㆍ중단백ㆍ고지방) 식단이 유행하며 단백질 섭취를 원하는 고객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U는 2017년 편의점 업계 최초로 새로운 형태의 가공란인 'CU 수란'을 출시하는 등 가공란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현재 이 회사는 15종의 가공란 상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달 내로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지난해 가공란 매출 신장률도 BGF리테일과 비슷한 수준인 15.8%를 기록했다. GS25는 서장훈반숙란(3입), 죽염동의훈제란 등 6종의 가공란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계란 가격 안정화도 가공란 소비 증가의 배경으로 꼽는다. 앞서 2017년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연평균 계란값(특란, 30개 기준)은 평년 수준(5000~6000원 선) 보다 최소 1000원 이상 비싼 7000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17년 하반기부터 양계 농가가 산란계 병아리 입식을 확대하면서 2018년(4841원)과 지난해(5143원) 계란값은 안정세를 회복했다. 원재료 가격 안정화가 제조사의 판매 가격을 일정하게 해 고객 혼선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가공란이 인기를 끌자 식품업체의 제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2018년 농림축산부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계란을 사용한 '동물복지 훈제란'을 편의점 전용으로 선보였다. 국내산 참나무로 훈연해 담백한 맛을 살리고 비린 맛을 줄인 점이 특징이며 CU에서 판매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3단 가열기술로 식감을 극대화한 반숙대란을 출시했다. 일반 반숙 계란은 두 차례 가열해 익힘 정도를 조절하는데 반숙대란은 가열 횟수를 한 차례 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양식품은 대표제품인 핵불닭소스를 활용해 지난해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등에서 가공란 상품을 출시했다.
전태유 세종대 교수는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에 대한 관심과 소비 증가로 가공란 소비가 늘고 있다"라며 "가공란은 아침 식사 대용과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다양한 형태의 가공란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업계의 노력도 시장 확대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