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진이 집값 안정 방안으로 ‘주택 거래 허가제’ 도입 검토 의사를 밝혔다.
워낙 강력한 부동산 대책인 탓에 시장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지만, 최근 강경책 일변도의 현 정부 기조를 고려하면 실제 도입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이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 때 검토했다가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주택 거래 허가제 도입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또 다른 라디오 방송에서 "10억 이상 초고가가 몰린 강남지역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며 "단순한 안정화가 아닌 일정 정도 하향 안정화로 가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규제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주택 거래 허가제는 말 그대로 주택 계약시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과거 노무현 정부도 도입을 검토했으나 사유재산권 제한은 물론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차선으로 주택 거래 신고제를 시행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 거래 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 참모진이 '주택거래 허가제'와 같은 초강도 추가 대책 발표 가능성을 언급하자 시장은 강력한 시그널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 거래 허가제는 주택 규제책 가운데 가장 센 규제”라면서 “정부가 참여 정부 때처럼 경고 메시지로 그칠지 아니면 실제 도입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경 정책 일변도의 현 정부에서는 충분히 내놓을 수 있는 카드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만약 정부의 의도대로 서울, 특히 강남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면 정부가 주택 거래 허가제도 꺼내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특정 지역(강남)에 대한 정부의 통제 의지가 워낙 강력해 허가제 도입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방위적인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은 높다고 판단하고 있어 '핀셋 규제'로 주택 거래 허가제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고려했던 토지공개념 차원에서의 주택 거래 허가제가 아닌 기존 대책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정부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규제지역에서 9억 원이 넘는 집을 살때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의 제출 범위가 확대되면 사실상 주택 거래 허가제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사유재산 침해의 우려가 있기에 거기까지 갈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정부가 주택 거래 허가제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시행되기는 쉽지 않다. 주택 거래 허가제는 현행법에 근거 규정이 없다. 기본권(재산권)에 영향을 주는 정책은 반드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데, 주택 거래 허가제 역시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주택 거래 허가제를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법안 통과 여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 거래 허가제가 실제 시행되더라도 부작용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교수는 "갈수록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주택 거래 허가제 카드도 꺼내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단기적인 현상에 매몰돼 극단적인 정책을 쏟아낼 경우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인 작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도 "주택 거래 허가제 도입 여부를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지만 도입이 된다면 시장의 자율조절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며 "시장 메커니즘을 완전히 무시한 정책 도입으로 주택시장이 망가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