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해군 기지에서 지난해 12월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아이폰 잠금 해제 논란이 재점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잠금 해제를 거부한 애플 비난에 나서는 등 사생활 침해와 안보 논쟁에 불이 붙었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해당 총격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애플을 겨냥, “범인이 죽기 전 누구와 어떤 얘기를 했는지가 매우 중요한데도 애플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범인이 갖고 있던 아이폰5와 아이폰7을 확보하고 복구에 성공했다. 이후 공범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범인이 사용했던 아이폰 2대의 잠금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애플에 거절당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애플 비난에 가세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무역을 비롯한 많은 문제에서 늘 애플을 도왔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살인범, 마약상, 강력 범죄자들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거부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범인의 계정 정보와 아이클라우드 백업 자료까지 FBI에 제공했다며 반박했다. 다만, 아이폰에 암호로 저장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막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앱들은 미국 법을 적용받지 않는 해외 기업들이 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잠금 해제를 둘러싼 애플과 정부의 대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캘리포니아주 샌 버나디노에서 부부가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에도 사법 당국은 범인 중 한 명의 아이폰에 대해 잠금 해제를 요구했지만 애플은 거부했다. FBI가 사이버 보안 회사와 해커들의 도움을 받아 잠금 기능을 풀었다.
FBI가 잠금 장치를 푼 전력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잠금 해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운영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 된 탓이다.
사생활 보호냐 안보냐 논란은 사실상 1990년대 초 개인 컴퓨터와 전화기에 암호 프로그램이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 수 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 당시 사법 당국 및 정보 당국은 범죄자가 암호 기술을 악용할 수 있다며 사용을 제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암호화 기술은 점점 더 광범위하게 개인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암호 기술을 악용한 범죄도 갈수록 증가했다.
스튜어트 베이커 전 NSA 자문위원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면서 “애플은 자사 제품을 사용한 테러범을 잡는데 정부를 도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 의회는 암호화 장치에 백도어 설치를 의무화한 법안을 지지하는 등 사생활 침해와 안보 논쟁에서 미국 사회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