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래에서부터 올라온 현장형 리더입니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회원사들과 직접 소통하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주택산업이 한 단계 더 높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영무건설을 운영하고 있는 박재홍 대한주택건설협회(이하 주건협) 회장은 지난해 말 주건협 제29차 정기총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7600여개 회원사 중에서 서울ㆍ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 출신 인사가 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협회 설립 이후 처음이다. 영광스런 자리인 만큼 부담도 큰 상황이다.
이투데이는 최근 서울 여의도동 주건협 사옥에서 박 회장을 만나 신임 협회 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각오와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깨 무겁다"…회원사들과 직접 소통 강화할 것=최근 주택건설업계는 정부의 잇단 고강도 주택 규제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실물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동 위기와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제 여건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주택업체들의 주택사업 여건 역시 갈수록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회장은 "주택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 주택업계의 대표단체인 주건협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어깨가 무거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회원사들의 막강한 지지를 통해 자리에 오른 만큼 지금이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주택업계가 한단계 더 높이 발전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 회장은 "임기 동안 전국의 회원사가 편안하게 주택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회원사들을 위한 울타리이자 든든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그간 소홀했던 협회 중앙회와 각 지역회 간 소통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13개 시·도를 직접 돌며 회원사들과 만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주택시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박 회장은 "모두가 서울 집값만 쳐다보는 사이, 지방 주택시장은 우리의 관심 밖에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지역 건설업계의 몰락은 이사업‧중개업 등 연관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침으로써 지역경제의 위기로 직결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방 부동산시장의 경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는 차별화된 주택 정책을 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일괄적인 부동산 대책보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필요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현안 해결에 발벗고 나설 것"=요즘 부동산 건설업계는 한 목소리로 "힘들다"고 외치고 있다. 특히 중소 건설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주건협은 상황이 더 녹록치 않다. 이에 박 회장은 주택업체들이 원활하게 주택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키는데 협회의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최근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건물 하자ㆍ보수 관련 제도 개선이다. 박 회장은 "주택건설현장에서는 기획변호사들의 선동으로 인한 하자소송으로 주택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해결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소송 남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이내 이의 또는 소송 제기가 없으면 당사자 간 합의로 간주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인정하는 '재정제도'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택건설공사 감리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주택공사를 할때 설계도서에 따른 시공 및 품질·안전관리를 감독하는 감리자의 고의나 과실로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감리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며 "부실 감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건협이 수 년간 요구해왔던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 인상도 회원사들의 숙원 중 하나다. 박 회장은 "현재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품질 수준이 유사함에도 임대주택은 표준건축비는 분양주택 기본형 건축비의 62% 수준에 불과하다"며 "집을 지어놓고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협회는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 15% 이상 인상과 함께 기본형 건축비와 연동해 표준건축비 조정을 정례화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박 회장은 회원사들의 현안을 해결하는 것과 함께 급변하는 주택시장 환경에서 회원사가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방안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제2보증사 설립이 그것이다.
박 회장은 "현행 주택 공급체계에서 분양보증을 받아야 주택사업 추진이 가능한데, 보증을 전담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일선 창구에서 만연한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HUG는 과도한 보증료율을 적용해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면서도 보증료율 인하에는 소극적이어서 주택업체들의 원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설립까지는 정부와의 입장 차, 출자금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은 상황이다. 박 회장은 "제2보증사 설립과 관련해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원활한 주택 공급을 지원하는 동반자로서 제2보증사 설립 검토는 필연적인 부분"이라며 "지금 당장 시작을 한다기 보다 협회는 제2보증사 설립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사업에 관심 많아…안정된 주거 환경 중요"=박 회장은 평소 사회공헌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주건협 광주·전남도회장 시절부터 사회복지시설ㆍ사회소외계층의 노후주택을 고쳐주는 '행복둥지사업'을 꾸준히 펼쳐온 것이다.
박 회장은 "주거 환경이 나쁘면 사람도 나쁜 길로 빠져들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안정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지방의 낡은 집을 고쳐주는 사회공헌활동을 광주에서부터 전개해왔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중앙회 회장으로서 주건협이 공적단체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로 다양한 사회공헌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할 계획이다.
그는 "주택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주택업계의 경영 여건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협회는 그동안 협회의 위상에 걸맞는 다양한 사회봉사사업을 활발히 추진해 왔다"며 "특히‘국가유공자 주거여건 개선사업’을 통해 1994년부터 27년 동안 190억여 원을 투입해 1805동의 국가유공자 노후주택을 무료로 고쳐줬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설 연휴 전에 실시하는 소방취약계층 소화기 지원과 추석 전에 진행하는 사회복지시설 물품 후원 및 봉사활동은 물론,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활동과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금 지원, 불우이웃 돕기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주택사업 현장에서 땀흘리고 있는 회원사들이 원하는 협회의 역할은 개개의 주택업체가 해결하기 힘든 각종 애로사항을 해소하는데 협회가 앞장서 달라는 것"이라며 "회원사들도 주택산업의 위상에 걸맞게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업종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개선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재홍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박 회장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호남대 대학원에서 토목환경공학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무건설 대표이사로 2011년 은탑산업훈장, 2015년 살기 좋은 아파트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2014~2016년 대한주택건설협회 중앙회 감사와 2017~2019년 협회 광주전남도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