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정도의 조정 여부 판단' 문구 6개월째 지속..경제부진 일부 완화, 성장률·물가 전망경로 부합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잠재성장률과 한은 물가안정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저물가만을 놓고 보면 추가 인하에 나서야겠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금리인하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7일 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간 무역협상 진전 등으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만큼 향후 경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다 금융안정 리스크도 함께 고래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한 바 있다.
관심을 모았던 인하 소수의견은 기존 신인석 위원에 더해 조동철 위원까지 두 명으로 늘었다. 조 위원은 작년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면서도 "그 시점은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지난 통화정책 결정회의 의결문 취지를 존중하기 위해 다음 회의로 이연시키고자 한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도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라는 문구가 계속됐다. 이 문구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삽입됐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저금리와 집값의 관계에 묻고 싶다. 정부는 투기자본이 몰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난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완화적 금융여건은 주택수요를 높이는 측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저금리 등 완화적 금융여건이 주택 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는 금리 이외의 여러 가지 요인이 같이 작용한다. 주택의 수요공급, 시장참여자들의 가격 기대, 정부정책 등이 영향을 준다.”
- 한은이 1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미중 무역협상 과정과 반도체 경기 회복시점을 꼽았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봤는데, 현재 반도체 전망의 변화가 있는지.
“11월 전망 때는 전문기관의 견해나, 선행지표의 움직임을 감안해 금년 중반쯤에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D램 가격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분기에 가면 초과수요도 예상된다고 본다. 전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기저효과가 상당부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확장 재정정책 등을 내놓고 있다. 구조적 문제에 대해 한은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통화정책은 경기대응 거시정책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미시적인 정책, 재정정책이 훨씬 효과적이다. 우리 경제의 문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서 정책 제안을 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중앙은행 총재들 모임에서도 구조적인 문제 대책 얘기가 나오나, 전방위적으로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
- 문 대통령이 평가한 긍정적인 지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긍정적인 지표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서 지난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한 세계교역 위축과 반도체 경기 침체 등이 진전을 보였다. 다른 전문기관들도 이와 같은 견해를 같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완화적 통화정책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정책을 고려하면 제약요건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통화정책 기조도 완화적이라고 본다. 한편으로 금융안정에서의 리스크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금융통화정책의 완화기준과 상충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 건설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는 건 아닌지.
“모든 정책이 항상 순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효과와 비용을 고려해서 득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다. 부동산 정책도 가격 안정에 따른 중요성을 판단해 결정했다고 본다. 정부는 국내 경제 흐름을 보면 몇 년간 건설 경기가 호황을 보인 것에 대한 조정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또 정부가 건설 투자에 긍정적인 노력도 하고 있다.”
-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다가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강세를 보이면서 오락가락 중이다. 금리를 한두 번 인상해도 완화적이라고 본다면 향후 방향을 인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러 의견에 대해서 코멘트를 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