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낮은 비인기 학과 고사 우려"
동국대학교 등 일부 대학이 정원 감축을 골자로 한 학사구조개편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내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윤성이 동국대 총장은 지난 16일 교직원들에게 '동국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학사구조개편 관련 이메일을 보냈다. 윤 총장은 이메일에서 지난해 2학기에 시작한 학사구조개편인 ‘대학혁신방안’의 방향과 경과 등을 전하며 앞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더 수렴해 완성도 높은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동국대 학사구조개편의 모델은 ‘계열별 모집단위 광역화’다. 현행 16개의 단과대학은 5대 계열(인문ㆍ사회ㆍ자연ㆍ공학ㆍ예체능)로 광역화된다. 모집 단위도 학과에서 단과대학으로 바뀐다. 이후 ‘정원연계제’를 통해 학생들의 선택이 적은 비인기 학과는 모집정원을 줄여 구조조정 한다. 동국대 측은 모집정원이 줄더라도 미래를 대비해 유연한 학문구조로 개편하고,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승용 기획처장은 “신입생들에게 1년 동안 폭넓은 전공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2학년 학과 선택 시 원하는 분야를 전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서 “정원연계제를 통해 사회수요를 반영한 탄력적인 학과 정원 조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학과 쏠림현상은 여러 장치로 보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지방대학도 정원 조정 논의를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일부 지방대학에서도 취업률이 낮은 비인기 학과를 구조조정 하는 학과구조개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충청지역의 한 대학 기획처장 역시 “탄력적인 학과 정원 조정을 유도한 ‘정원유동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각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정원 감축 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가 내년에 실시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 방향은 ‘대학의 자율적인 정원 감축’이다. 정부가 정원 감축을 강제하지 않는 대신 평가에서 재학생 충원율 비중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동국대 측은 모집단위 광역화로 재학생 충원율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처장은 “이전의 희망전공 선택 제한에 따라 중도탈락이 발생하던 것이 학생이 선택(희망)하는 전공에 전원 배열돼 중도탈락이 적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방대들은 더 긴박한 상황이다. 임 연구원은 “지방대생들은 수도권으로 유출되기도 해서 재학생 충원율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할 것'(수도권에서 떨어진 지방 대학부터 도산한다)이라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지방대학들이 본격적으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비해 학과구조개편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동국대 학사구조개편안에 대한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협의회장은 “개편안대로라면, 비인기 학과는 몇 년 안에 자동 소멸한다"며 "결국엔 학생들이 선택하는 전공만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들은 승진을 위해 학생 교육보다 연구업적 쌓기에만 골몰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동국대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은 2007년 학부제로의 회기”라면서 “자칫 취업과 크게 관계없다고 여겨지는 인문학 등 기초 학문의 근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국대는 2007년 학과구조조정을 통해 철학과와 윤리문화학과ㆍ독어독문학과를 철학윤리문화학부로 정치외교학·행정학·북한학과는 정치행정학부로 통합하는 학부제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