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에서 번지는 ‘우한(武漢) 폐렴’이 걷잡기 어려운 사태로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초유의 도시봉쇄와 교통통제에 나섰지만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초기 대응 실패로 중국에서만 벌써 270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의심 환자는 6000명에 육박한다. 사망자도 8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염병은 전 세계로 퍼지는 양상이다.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뿐 아니라 태국, 일본,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앞으로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악화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제(春節)와 겹쳐 수억 명이 중국 전역을 이동하면서 질병이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 과거 2003년 중국에서 시작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2009년의 멕시코발 신종플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과 같은 심각한 재앙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커진다.
우리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는 28일부터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대응단계를 강화했다. 각 지자체에도 선별진료소 및 격리병원 확충, 감시 및 격리관리 인력 확보 등 선제적 대응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이미 국내 방역망이 뚫려 환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치료제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모든 대응책을 동원해 질병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우한 폐렴은 연초부터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리스크로 덮쳐 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인 소비와 수출, 투자를 더 가라앉힐 요인이다. 정부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작년 2.0% 성장률에서 올해 2.4% 성장 목표를 세우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진작으로 경기를 반등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시작부터 계획이 틀어질 공산이 크다.
전염병 확산은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가져온다. 과거 사례도 그렇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2003년의 사스는 그해 2분기 우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포인트(P) 낮췄다. 2009년의 신종플루도 연간 성장률을 0.1~0.3%P, 2015년의 메르스 사태는 0.2%P 떨어뜨린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관광객(유커) 감소의 영향이 크고, 국내의 개인소비도 움츠러들면서 서비스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특히 이번 우한 폐렴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완화가 기대되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로 경제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2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여는 등 경제에 미칠 여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국제금융시장도 출렁거리고 있다. 자칫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질 가능성에 대한 긴장을 조금도 늦춰서는 안 된다. 우한 폐렴의 후폭풍에 따른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 대응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