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판지 업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하의 본입찰이 내달 초 진행된다. 6년 만에 매물로 등장한 세하는 백판지 업계의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실적이 이전보다 크게 개선돼 인수 흥행이 예상되지만, 일각에서는 제지 업체들의 인수전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을 두고 매각 장기화 가능성도 나온다.
28일 IB업계에 따르면 세하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내달 5일 진행된다. 매각 대상은 유암코가 보유한 71.6%의 세하 지분과 503억 원 규모의 채권이며, 거래가격은 2000억 원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세하의 최대주주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매각주관사인 삼일PwC가 지난해 말 예비입찰을 마감했고, 복수의 원매자가 인수 의사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제지와 아시아제지가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하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백판지 제조사다. 1984년에 설립돼 산업용 백판지와 상자용 판지를 제조하며 잘 나가는 제지 회사로 자리를 잡은 이 회사는 2005년 신규 사업으로 해외 에너지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2013년 말 워크아웃을 신청해 2014년 유암코에 인수됐다.
유암코는 인수 이듬해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5주를 각각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하고, 세하의 연계 사업 투자 분을 정리하는 등의 재무 구조 개선을 단행했다. 이와함께 2018년 중국의 폐지수입 제한으로 백판지의 원료인 고지(폐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그 영향으로 세하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2014년 유암코가 세하를 인수할 당시 32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2019년 3분기 누적 기준 9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세하의 매각 성공 여부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유암코가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처음으로 인수했던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엑시트)를 한다면 유암코의 첫 번째 엑시트 사례가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의 폐지 수입 감소로 원재료인 폐지 가격이 폭락해 제지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뛰면서 몸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제지 산업은 원재료 가격 변동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폐지 가격이 다시 오르거나 판가가 하락할 경우 언제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태림포장 인수전에서도 한솔제지는 자체 실사를 통한 예상 가격보다 높은 매각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세하 역시 국내 제지업체들이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는 만큼 가격 협상을 두고 매각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유암코는 2월 초 본입찰을 진행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5월 중순에는 잔금 납입 등 매각 과정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