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합의에 소비자심리 반등 1년7개월만 최고..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 주시
12·16 부동산대책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꺾는 데 성공했다. 오름세를 보인 소비자물가 영향에 기대인플레이션은 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중 간 1차 무역합의 서명이 이뤄지면서 소비자심리는 한 달 만에 반등에 성공해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3.7포인트 상승한 104.2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6월 105.6 이후 최고치다. 또 지난해 9월 4.6포인트 상승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CCSI란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2003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해 이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다만 2018년 10월 표본가구 수를 기존 2200가구에서 2500가구로 확대하면서 2018년 9월 이전 수치와 단순비교하는 데는 주의가 요구된다.
부문별로 보면 경기 관련 지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 현재와 6개월 후를 비교한 향후경기전망 CSI는 5포인트 오른 87을, 6개월 전과 현재를 비교한 현재경기판단 CSI는 4포인트 상승한 78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1년 6개월과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생활형편전망 CSI(97)와 가계수입전망 CSI(101)는 각각 3포인트씩 올랐다. 이 또한 각각 1년 5개월과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생활형편 CSI(93)와 소비지출전망 CSI(110)는 각각 1포인트씩 상승했다. 또 다른 경제 상황인식 지표인 취업기회전망 CSI는 전월보다 4포인트 오른 88로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9포인트 하락한 116을 보였다. 이는 2019년 3월(83)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떨어진 것이다. 하락폭도 2018년 11월(-11포인트)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권처윤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심리지수가 미중 무역합의와 가계 재정상황 개선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도 “최근 발생한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를 상쇄할 만큼 긍정적 요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 달 조사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작년 말 나온 정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매매지수에 상승 요인이 축소되고 있어 그 여파는 계속되겠으나, 정부 규제대책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을 의미하는 물가수준전망 CSI는 4포인트 오른 139를 기록했다. 작년 10월(132) 이후 석 달째 오름세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인식은 전월과 같은 1.8%로 넉 달 연속 횡보했다. 반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0.1%포인트 상승한 1.8%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5월(0.1%포인트 상승) 이후 첫 오름세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는 석유류제품(55.7%, 이하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공공요금(42.2%), 집세(26.7%) 순이었다.
권 팀장은 “실제 물가가 기대 전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작년 9월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이후 상승세가 조금씩 확대되다 보니 기대인플레도 상승압력을 받는 것 같다”며 “기저효과도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기대인플레도 상승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이다. 다만 최근 바이러스 문제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물가가 하락압력을 받을 경우 기대인플레도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도시 2500가구를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자는 2341가구였다. 조사기간은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