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장규모 6400억…종근당건강 '락토핏', 가성비 전략ㆍ유통채널 다각화 힘입어 시장 안착
유산균으로 불리는 프로바이오틱스가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흔들고 있다. 해마다 존재감을 키우면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29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4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며, 매년 성장세다.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1360억 달러(약 162조5000억 원)에 이르는데, 특히 국내 시장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장 비중이 미국(0.21%), 일본(0.25%), 유럽(0.15%)보다 낮은 0.08%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돋보이는 기능성 원료가 프로바이오틱스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지난해 6444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해 2018년(5424억 원)보다 18.8% 급성장했다. 2015년 1579억 원이던 시장이 5년 사이 4배 이상 커진 셈이다. 비타민을 밀어내고 부동의 1위 홍삼에 이어 전체 시장 성장을 이끄는 기능성 원료로 자리매김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산 기능성 원료 조사에서도 홍삼(42.9%)의 뒤를 이어 36.5%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2017년 456억 달러(약 54조 원)에서 연평균 7.0% 성장해 2022년 640억 달러(약 7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팽창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활약과 맞물린다. 국내 시장이 이만큼 커지기 전까지 시장 1위 브랜드는 쎌바이오텍의 ‘듀오락’이었다. 듀오락 매출액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25.4%씩 성장했다. 이 제품은 한국과 미국 등에서 특허를 받은 듀얼코팅 기술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프로바이오틱스다. 단백질로 코팅한 후 다당류로 한 번 더 코팅하는 기술로 장내 도달률을 향상해 가격대도 3만~6만 원대로 고가인 편이다.
그러나 2016년 종근당건강의 ‘락토핏’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재편됐다. 락토핏의 매출액은 2016년 180억 원에서 2018년 900억 원으로 3년간 연평균 123%의 급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이미 7월에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 연간 매출로는 2000억 원대를 넘어섰다.
락토핏은 1만~3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의 가성비와 공격적인 마케팅에 집중했다. 적극적인 TV 광고와 함께 홈쇼핑, 인터넷몰, 면세점, 대형할인점, 헬스앤뷰티(H&B)스토어 등 온·오프라인 전반으로 유통 채널을 다각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진출한 많은 제약기업이 락토핏의 성공을 부러워할 정도”라며 “소비자들이 차별화된 효능을 느끼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가성비와 마케팅이 제품 선택을 좌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락토핏의 성공은 소비자들의 건강기능식품 구매 채널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을 가장 많이 구매한 곳은 여전히 인터넷몰(1조2000억 원)이지만, 대형마트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대비 15.4% 늘어난 3363억 원가량이 대형마트를 통해 팔렸다. 반면 듀오락이 주력하는 약국 구매액은 2018년 2187억 원에서 2019년 1931억 원으로 11.7% 감소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면서 제약사들은 앞다퉈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일동제약의 4중 코팅 프로바이오틱스 ‘지큐랩’, 대원제약의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브랜드 ‘장대원’ 등이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추정 매출은 각각 50억 원대, 30억 원대로 락토핏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다. 유한양행에서 분사한 유한건강생활은 여성 소비자를 타깃한 듀얼 프로바이오틱스 ‘뉴오리진 이너플로라’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잦은 음주, 스트레스 등의 요인으로 위와 장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 소비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는 맞춤형 제품이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