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발길 줄어든 쇼핑몰과 마트…상인들 "설가니 '코로나 바이러스' 왔다"

입력 2020-01-29 16:37수정 2020-01-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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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 평소보다 식당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짧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줄이 확실히 짧아졌네."

29일 정오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IFC몰에서 점심을 기다리던 직장인이 이같이 말했다. 정오가 조금만 넘어도 줄이 길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이날은 평소 사람들이 많이 몰리던 맛집도 줄이 짧거나, 거의 없어 보였다.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매장을 제외하고, 의류ㆍ신발 매장을 둘러보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쇼핑몰과 마트, 백화점이 울상을 짓고 있다. 설 명절에 회복한 소비 심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한 폐렴에 전염되지 않으려 사람이 많은 쇼핑몰과 마트에 발길을 끊고 있는 데다, 통상적으로 전염성이 돌게 되면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요인이다.

여의도 IFC의 식당가 관계자는 평소보다 손님이 줄었다고 전했다. 미세먼지가 많거나 날이 추운 겨울에 실내에서 식사와 커피, 쇼핑까지 할 수 있어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곳이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정훈(33) 씨는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면서 "우한 폐렴으로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경제에 대한 전망이나 생활형편, 소비 등에 대한 인식도 안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있는 의류매대. 구경하는 손님도 없을 만큼 한산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소비 심리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주로 의류, 신발 매장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거나 미세먼지처럼 외부적 요소로 외출을 꺼리게 되면 가장 먼저 발길이 끊기는 곳. 끼니는 반드시 해결해야 해서 식당은 찾아도 물건은 안 사도 그만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가까스로 회복한 소비심리가 위축될까 봐 우려하는 것도 이들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다.

한 의류 매장의 점주는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30% 정도 줄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우한 폐렴이 확산하자 직장인들이 이곳을 잘 안 오는 것 같다. 설 연휴 때 장사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설이 지나니 우한 폐렴이 왔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마포구 신촌, 이대역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다. 이화여대의 이화(梨花)의 중국어 발음 ‘리화’가 ‘돈이 불어나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발음이 비슷해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 때문에 한 의류 매장 직원은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이 신촌에 있는 백화점과 이대에서 물건을 사 가고 있지만, 국내 대학생과 직장인은 전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신촌 현대백화점의 한 의류 매장 직원은 "우한 폐렴 전후로 국내 대학생과 직장인 방문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중국인이 많이 찾는 곳으로 잘 알려져서 우리나라 사람이 안 오는 것 같다"며 "이대 근처에서 장사하는 사람 말을 들어보니 그곳도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결국, 모처럼 회복한 소비심리를 우한 폐렴이 발목 잡는 꼴이 되고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경기 개선 기대감으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가 반등해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앞으로 상승제를 기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4.2로 전월 대비 3.7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 연속 오른 뒤 12월 주춤했지만, 이달 다시 상승 전환했다. 이는 작년 6월(105.4)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의 한 약국에서 손님들이 마스크를 보고 있다. 한국인, 중국인 모두 '질좋은' 마스크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을 고르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그러나 우한 폐렴 확산으로 소비 심리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RES) 사태 당시에도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2015년 당시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104.8에서 6월 97.7로 급락했다. 우한 폐렴이 소비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영향이 이번 조사에서는 반영되지 않아 소비자심리지수가 덜 하락한 측면이 있다"며 "사태가 심화할 경우 (2월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소비심리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질병 확산 차단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거시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질병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추경 등 거시정책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상황이다. 질병 확산을 막아야 소비 심리 위축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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