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시행 후 3년 7개월 만에 현실화…존슨 총리 “품위 있게 탈퇴할 것”
지난 29일 유럽의회의 비준을 마지막으로 영국은 브렉시트 단행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치고, 오는 31일 정식 탈퇴만을 앞두고 있다. 앞서 영국 의회는 EU와 영국이 작년 10월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에서 내부적으로 필요한 EU 탈퇴협정 법안을 통과시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시 이를 재가했다. 지난 24일에는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EU 회원국 정상의 회의체인 EU 정상회의의 샤를 미셸 상임의장이 EU 탈퇴 협정에 서명했으며, 이어 25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서명을 마쳤다. 그리고 29일 유럽의회가 브렉시트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EU탈퇴협정을 비준했다. 협정은 영국 시간으로 31일 오후 11시, 유럽 기준 다음날 0시를 기해 정식 발효된다.
존슨 총리는 잉글랜드 북부 지역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한 뒤 31일 오후 10시 방송을 통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런던 총리관저에는 오후 11시 카운트 다운을 위한 조명 시계장치가 설치된다. 주변 정부청사 등에도 불이 밝혀질 예정이다. 다만 국민 상당수가 여전히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최대한 정중히 이를 기념한다는 방침이다.
존슨 총리는 지난 29일 페이스북에서 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EU로부터 품위 있게 탈퇴할 것”이라며 “우리가 하는 것들에 대해 모든 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로서는 아주 좋은, 희망과 기회의 순간”이라며 “자신감을 갖고 우리가 하나로 뭉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브랙시트 단행 이후에는 영국과 EU의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이 펼쳐진다. 오는 3월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협상은 올해 말까지로 합의된 ‘전환기간’ 동안 이뤄진다. 앞서 양측은 원활한 브렉시트 이행을 위해 올해 12월 31일까지를 완전한 탈퇴를 위한 일종의 ‘과도기’로 설정했다. 이 기간 동안 영국은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남아있게 된다. 아울러 예산 분담을 비롯해 EU 회원국으로서의 의무 사항 또한 지켜야 한다.
문제는 합의된 전환 기간에 비해 다뤄야 할 미래관계 협상 내용은 방대할 뿐만 아니라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까지 걸려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래 관계협상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무역, 안보, 이민 외교정책, 교통 등을 망라한다. 남은 EU 27개국의 승인도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거듭했던 영국의 탈퇴 조건에 대한 협상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U는 복잡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짓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영국은 현재로선 기존 기한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존슨 총리는 전환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내용을 EU 탈퇴협정법에 넣어 통과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