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가 2018년 6월 ‘광화문’과 그해 9월 ‘제주백록담’을 내놔 ‘맥덕(맥주 덕후)’들의 성지로 떠올랐다면, 지난해 6월 출시한 ‘경복궁’으로는 전문 수제 맥줏집 못지않은 고급맥주로 주류 업계마저 술렁이게 했다. 소위 ‘전국구’로 떠오른 셈이다.
이들 수제 맥주 출시를 기획한 이는 한구종 GS리테일 MD<사진>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 국산 수제 맥주를 돋보이게 했던 전략이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GS리테일의 전체 캔맥주(500ml대캔 기준) 매출 중 수제 맥주가 차지하는 구성비는 2018년 2.1%에서 지난해 7.0%로 치솟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한 MD는 “혼맥족(혼자 집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 증가로 맥주 한 잔을 마셔도 프리미엄급으로 즐기려는 트렌드가 확산됐고, 일본 맥주를 즐기던 소비자들 일부가 국산 수제 맥주로 옮겨온 것도 있다”고 풀이했다.
뭐니뭐니해도 GS25를 수제 맥주의 명가로 거듭나게 한 사건은 지난해 10월 인터내셔널 비어컵 2019(International Beer Cup 2019, 이하 ‘IBC’)에서 ‘경복궁’의 금메달 수상이다. ‘IBC’는 세계 3대 맥주 품평회 중 하나로, 20년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이번 IBC에는 세계 23개국의 246개 브루어리에서 1000여 종류의 맥주가 출품됐다.
그는 “세 번째 수제 맥주인 ‘경복궁’의 전국적 인지도가 부족해 품평회 출품 여부를 고민했다”면서도 “품질만 믿고 기대반 우려반 출품했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는 “경복궁의 은은한 꽃향기와 달콤하면서도 묵직한 몰트의 균형 잡힌 맛이 금메달 수상 배경”이라며 “특히 이 제품은 경회루에 있는 연꽃을 연상해 연잎 가루를 첨가했고, 캔에는 고풍스런 경복궁 삽화가 담겨 한국적인 색채가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한국적인 이미지를 강조하자 해외 시장에서도 먹혀 한류 붐을 이끌고 있다. ‘광화문’과 ‘제주백록담에일’은 작년에 대만 등 해외에 7만6800캔(각각 3만8400캔)을 수출해 2주 만에 현지에서 완판되며 K푸드 열풍을 이어갔다. 그는 “‘광화문’은 수제맥주의 중심을 표방하며 서울의 중심지를 네이밍한 제품”이라면서 “한방에서 강장 약재로 쓰이며 감칠맛과 단맛을 내는 맥문동을 함유해 한국적인 맛을 살렸던 점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서는 1월 네 번째 야심작인 수제 맥주 ‘성산일출봉’을 내놨다. 이 제품은 독일 맥주의 순수령 기준(밀, 옥수수 등이 포함되지 않고 보리만 사용)에 부합하게 만들어진 알코올 도수 5.1%의 골든에일이다. 이 제품 역시 신년 해돋이 장소로 유명한 일출봉에서 바라본 황금빛 물결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맥주캔에 입혀 한국적인 미를 살렸다.
한 MD의 수제맥주 포부는 이제 시작이다. 맥주 종량세 전환 정책에 따라 더 큰 히트를 기대하고 있어서다. 그는 “수제맥주의 가격경쟁력 증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수제 맥주 4캔 1만원’ 행사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GS25의 수제 맥주는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