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생존 경쟁에서 밀린 기업들이 매물로 쏟아질 것이란 데 근거한 것이다. CJ·롯데·두산은 물론 삼성·현대기아차·SK 등이 사업 재편 차원에서 ‘빅딜’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시장이 커지면 PEF의 역할도 더 커진다. 자본시장연구원 박용린 연구원은 “대기업 그룹의 자율적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PEF가 성장하는 토양을 제공할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 때로는 경쟁자로, 때로는 공동 투자자로, 때로는 거래 상대방으로 활약하는 역동적인 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탄 마련한 PEF, 올해도 M&A 큰 손으로
‘플레이 메이커’를 자처하는 PEF는 M&A시장 확대에 대비해 덩치 키우기에 한창이다. ‘조 단위’ 블라인드 펀드는 흔할 정도다.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는 다섯 번째 블라인드 펀드의 몸집을 최대 65억 달러(약 7조 원)까지 키울 생각이다. 지난해 1차로 국내 등록 단일 펀드로는 사상 최대인 42억 달러(약 4조9000억 원)를 조성했다.
MBK파트너스의 투자 자산은 24조 원으로 지난해 재계 순위로 따지면, 두산(20조 원)에 이어 16위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10월 3조8000억 원 규모의 3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 한국에만 투자하는 펀드로는 역대 최대다. IMM 프라이빗에쿼티는 4호 블라인드 펀드의 출자 약정액도 애초 목표였던 1조8000억 원을 초과했다. 펀드 출범이 올해 2월인 점을 고려하면 2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IMM PE는 주요 출자자가 국내 기관인 ‘토종 PEF’로 꼽힌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조5000억 원 규모의 ‘2호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를 결성했다. VIG파트너스는 9000억 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 해외투자 모델 개발해야’
막대한 자금력을 실탄 삼은 PEF 발 ‘쩐의 전쟁’이 올해도 지속할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거래자문(CF)리더는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PEF가 내년 M&A 시장에서 또 다른 주연이다”면서“특히 5000억 원 이하의 ‘미들마켓(Middle Marke)t 시장에서는 PEF가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은 올해 가장 큰 예비‘대어’ 중 하나다. 네파와 두산공작기계도 잠재 매물이다.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과 쌍용양회는 각각 2015년, 2016년 인수해 회수 시점이 도래했다. MBK파트너스와 VIG파트너스가 2015년 각각 인수한 홈플러스와 바디프랜드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선 푸르덴셜생명이 다음 달 19일 본입찰을 실시한다.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가 숏리스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써낸 가격대는 2조~2조5000억 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KDB생명도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다. MG손보, 동양생보 등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그러나 수익률 게임에 참여하기보다는 국내 PEF 스스로 자본시장과 국내 산업의 체질 개선의 주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시장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박용린 연구원은 “국내 PEF들은 아직 인수 후 기업가치 제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PEF투자의 핵심인 경영지배(참여) 관련 경험의 축적과 풍부한 산업과 운용 경험을 갖추 인력확보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고 지적했다. 이주혜 기자 win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