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표 결과 장시간 지연’ 대참사 속에 부티지지 1위…세대교체론이 유권자에게 먹혀
야당인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 경선 개표가 4일(현지시간) 하루 늦게 진행된 가운데 개표율 62% 시점에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1위를 달리는 이변을 연출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부티지지는 26.9%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버니 샌더스가 25.1%로 2위에 올랐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18.3%로 3위를 차지했으며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5.6%로 4위에 그치면서 대세론에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아직 개표가 다 끝나지 않아 상황이 뒤집어질 수 있지만 대선 출마 전에는 거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38세의 정치 신예 부티지지가 ‘젊은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젊은 피’ 부티지지가 일으킨 이변은 민주당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날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서투른 운영으로 개표 결과 발표가 장시간 지연되는 초유의 ‘대참사’를 일으켜 대선 가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기술적 문제에 따른 항목별 수치 불일치가 그 원인이었다.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무려 97% 득표율로 기분 좋게 대선 첫 테이프를 끊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민주당 코커스는 ‘완전한 재앙’이다. 그들이 이 나라를 이끌었을 때처럼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조롱했다.
이에 민주당은 부티지지가 일으키는 새로운 돌풍에 대선 흥행을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부티지지가 아이오와에서 이변을 일으킨 것은 세대교체론이 유권자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방증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부티지지가 70대의 백인 남성 후보들이 만족시킬 수 없는 유권자들의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추진력을 얻고 있다고 풀이했다. 샌더스는 78세, 바이든은 77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트럼프(73세)보다 나이가 많다.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도 70세다.
또 부티지지는 차분한 태도와 탁월한 언변, 편향적이지 않은 온건 중도파라는 이미지로 유권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부티지지를 보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
만일 부티지지가 올해 대선에서 최종 승리하면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동성애자 대통령을 갖게 된다. 그는 이미 이번 출마로 미국 주요 정당 중 첫 동성애자 대선 후보라는 기록을 세웠다.
부티지지가 단순히 미국 첫 동성애자 대통령이 될 가능성으로 화제를 모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쇠락해가는 미국의 작은 소도시 사우스벤드를 부활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사우스벤드는 현지 자동차 공장이 1963년 문을 닫으면서 오랜 기간 몰락했으나 부티지지가 2012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부티지지는 교육과 의료를 시의 중심 산업으로 삼아 투자를 유치했으며 광통신망을 깔고 대규모 주택 재개발을 진행했다.
사우스벤드시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한 간부는 “부티지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자유주의 성향이지만 경제정책은 현실적이고 중도적이어서 재계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티지지는 대선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의료보험 개혁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에게 보험을 제공한다는 샌더스나 워런 등 극좌파와 다르게 ‘원하는 사람에게 공적 지원 제공’이라는 입장을 피력해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