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다. 썰렁하다. 말 그대로 개미 한 마리 없다.”
6일 오후 7시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GS홈쇼핑(GS샵) 본사 앞은 정적이 흘렀다. GS홈쇼핑은 전날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조 코로나) 확진자로 판정받자 이날 오후 1시부터 8일 오전 6시까지 직장 폐쇄를 결정했다. 이 기간 회사는 문을 닫고 소독과 방역 조치에 들어간다.
GS홈쇼핑이 위치한 사거리는 썰렁했다. 퇴근 시간 북적여야 할 건널목에는 차들만 지나갔다. 같은 시각 인근 한 제과점에는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점포 안으로 들어서자 밸런타인데이를 대비해 만든 초콜릿·사탕 매대가 무색했다. 점원은 “저녁 근무라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평소보다 사람이 없긴 하다”고 말했다.
인근 일식집도 마찬가지다. 평소 퇴근길 ‘한 잔’ 손님으로 들어찼던 식당엔 텅 빈 자리에서 요리사 복장을 갖춘 직원들끼리 앉아 담소를 나눌 뿐이다. 이 곳에서 200~300m 떨어진 한 호프집의 자리를 채운 건 3팀이다. 점원은 “최근들어 신종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긴 했는데, 오늘은 홈쇼핑 때문인지 손님이 좀 없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일대의 긴장감은 높아진 상태다. GS홈쇼핑이 직장 폐쇄에 들어간 이 날 오후 영등포구청은 구민 안전을 위해 회사 인근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역 인근까지 방역을 실시했다. 뉴스나 영화에서 보던 흰색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이 길거리에 등장하면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불안도 커졌다.
근처 아파트에서 거리로 나온 60대 한 여성은 “급히 살 게 있어 편의점에 가던 길”이라면서 “빨리 들어가야겠다”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GS홈쇼핑에서 100m가량 떨어진 스타벅스 문래동점이 위치한 사거리에 이르자 드문드문 인적이 보였다. 하지만 평소 아파트 주민과 직장인들로 가득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곳은 평일 저녁 7시가량 이곳부터 문래역 3번 출구까지 500여m에 퇴근족들이 줄지어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길이다. GS홈쇼핑과 푸르밀 본사 등을 비롯해 인근 직장인들로 가득찼던 이 길은 시간을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뻥 뚫려 있었다. 평소 저녁 강의로 붐비던 문래역 인근 문래청소년수련관은 아예 불이 꺼져 있었다. 이미 센터 직원이 일상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조치되면서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문을 닫은 탓이다.
신기하게도 길 건너인 홈플러스 영등포점 바로 옆 문래 로데오 지역은 상황이 달랐다. GS홈쇼핑 폐점에 따라 이곳 역시 여파가 미쳤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골목은 행인이 뜸했지만, 식당을 들여다보면 손님들이 꽉꽉 들어찼다.
문래역이 위치한 당산로를 경계로 온도차가 확연했다. GS홈쇼핑 인근을 피해 이곳으로 나들이 왔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목요일 저녁이어선지 식당보다 술집은 더 붐볐고 빈 테이블을 찾기 힘든 호프집도 있었다.
그나마 평소와 달라진 점을 꼽자면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전 저녁 시간에는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골목이 지금은 술집 등 실내만 가득찬 정도로 줄었다는 사실이다. 한 고깃집 점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좀 없긴 했지만, 원래 목요일은 꽤 있다”면서 “오늘 홈쇼핑 이슈 영향은 못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게 손님이 줄어든 곳도 있었다. 중국 요리를 파는 식당이다. 평소 이곳 터줏대감으로 꼽히는 한 양꼬치 전문점에 손님이 있는 테이블은 두 개뿐이었다. 한 테이블은 백인 외국인을 동반한 무리다. 맞은 편 마라탕 식당에도 자리를 잡은 이들은 두 팀에 불과했다.
식당 인근 흡연 공간에서 담배를 피던 한 손님은 “예전엔 바글바글했다”면서 “회식이 예약돼 있어(어쩔수 없이) 왔다”며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한편, 그동안 이마트와 CGV, AK플라자, 신라면세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등 확진자들이 방문한 매장의 휴업은 있었지만, 직장 폐쇄는 이번 GS홈쇼핑이 처음이다. 직장 폐쇄 기간 동안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유급 휴가를 쓰게 된다. 방송은 생방송을 중단하는 대신 재방송으로 대체되고 방송 송출을 위한 최소 인력만 당직 체제로 돌아가면서 출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