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불안하다”며 취소 수수료 면제해달라는 요구…여행사들 “약관대로”
“여행 산업 자체가 내성이 약합니다. 그동안 어떻게든 견뎌 왔는데, 큰 거 하나 들어오니 바로 쓰러지는 거죠.”
6일 국내 주요여행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해 여행업계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많은 여행사들이 직원을 상대로 무급 휴직을 권유하고 있다. 일부 여행사는 ‘구조조정’을 목전에 두고 있어 분위기가 침체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홍콩 시위, 일본 경제보복으로 흔들리던 여행 산업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역대급’으로 힘든 상황에 처했다.
신입사원 채용을 취소한 곳도 있다. 지난해 홍콩, 일본 노선 판매 부진으로 일부 대형 여행사에선 여행상품 판매 부서를 축소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전부터 무급휴가 공고가 계속 나왔었는데, 이번엔 재공지 차원이다”라면서도 “역대급으로 취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심각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취소 수수료와 관련된 문제도 이어진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중국 여행은 물론 동남아나 유럽 등 국가의 여행을 취소 수수료 없이 환불해달라는 요청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여행업 알선수수료 및 여행취소수수료 법정 공론화’를 요구하는 청원에 게시됐다. 정부가 재난 사태 시 여행취소나 수수료 문제 등에 대한 법적인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여행사 본사에선 캄보디아 항공권을 환불해달라는 고객이 직원에게 폭언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 여행사들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홍콩 등으로 떠나는 여행 상품 외엔 취소 수수료를 약관대로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가까운 동남아시아 등 인접 국가의 여행 상품까지 수수료 없이 환불해달라는 요청이 나온다.
여행업계는 “약관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동남아나 다른 지역들은 ‘우리나라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라며 “여행사가 항공사와 호텔에 ‘약관을 변경하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 표준 약관 16조에 따르면 여행 출발 전 계약해제 시 발생하는 손해액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배상한다고 돼있다. 여행사와 여행자의 준수 사항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을 보면 여행자의 여행계약 해제 요청이 있는 경우(여행자의 취소 요청 시) △여행개시(출발일) ~30일전까지 - 계약금 환급 △29~20일전까지 - 여행요금 10% 배상 △19~10일전까지 - 여행요금 15% 배상 △9~8일전까지 - 여행요금 20% 배상 △7~1일전까지 - 여행요금 30% 배상 △당일 - 여행요금 50% 배상해야 한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중국 여행 예약을 강제로 취소시키는 등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은 2월까지 예약됐던 중국 여행 일정을 전부 취소하고, 예약 취소에 따른 수수료를 여행사에서 일괄 부담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같은 결정은 중국 정부에서 관광지 폐쇄나 통제를 많이 해서 행사 자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이뤄졌다. 여행사들은 “2월 예약 취소율이 100%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여행사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여행업 관계자는 “여행사는 취소 수수료로 호의호식하지 않는다. 100만 원짜리 패키지 하나 팔면, 여행사가 받는 돈은 1만 원도 되지 않는다”라며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관공사 등에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