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2020'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한국 영화 새 역사를 썼다. 오스카 4관왕이다.
9일 오후(현지시각 기준) 미국 로스 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2020'(오스카)에서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가 '기생충'으로 각본상을 받으며, 오스카 다관왕의 청신호를 켰다.
봉준호 감독은 무대에 올라 "감사하다. 큰 영광이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대사를 멋지게 화면에 옮겨준 기생충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진 미술상과 편집상 수상에는 아쉽게도 실패했다. 편집상은 '포드 V 페라리', 미술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게 돌아갔다.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은 '코퍼스 크리스티'(폴란드), '허니랜드'(북마케도니아), '레미제라블'(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수상에 성공했다.
'기생충'은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조커'의 토드 필립스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1917'의 샘 멘데스 감독과 감독상 트로피를 두고 경쟁을 펼쳤다.
감독상에는 봉준호 감독이 호명되며 대이변을 일으켰다.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함께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조커'), 샘 멘데스('1917') 모두 존경하는 분들이다. 오스카가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나눠서 나눠 갖고 싶다"라고 특유의 입담을 과시해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상은 총 9개 영화가 올랐다. '기생충'은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경쟁했다. '기생충'은 쟁쟁한 후보 속 호명되며 또 한 번 놀라움을 자아냈다. 배우 송강호·최우식·이선균·조여정·박소담·이정은·장혜진·박명훈 등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 등이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혔다.
이는 비영어 영화로는 최초의 기록이기에 의미가 깊다. 더불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동시에 받는 건 영화 역사상 6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5월 열린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미국 개봉 직후 미국 영화 관계자 및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기생충'은 미국 내 비평가상을 휩쓸고 한국 영화 최초 골든글로브 외국어 작품상 및 미국배우조합상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수상했다.
한편 1927년 창설된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을 시상하는 자리다. 전해에 발표된 미국영화 및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영화를 대상으로 우수한 작품과 그 밖의 업적에 대해 논하며,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는 것이 배우들에게는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작품상·감독상·주연상 등 총 25개 부문에 대해 시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