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MS, 업종 전체보다 시총 많아…“과도한 집중 끝은 항상 좋지 않아”
구체적으로 IT 빅5가 전체 S&P500지수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살펴보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총 4조8500억 달러(약 5756조 원)에 달한다. S&P500 기업 전체 시총이 약 26조700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5개사가 전체의 약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은퇴 자금 확보 등의 이유로 인덱스펀드(지수연동형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CNN은 우려했다. 위험 분산을 위해 인덱스펀드에 투자했는데 오히려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넣은 셈이 됐기 때문.
존 페트리데스 토크빌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S&P500에서 어느 한 부분이 이렇게 높은 비중을 차지한 시기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이 마지막이었다”며 “투자자들이 이렇게 특정 부문에만 과하게 투자하면 항상 끝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페트리데스가 우려한 것은 시총 1, 2위 기업인 애플과 MS가 S&P500에서 일부 업종보다도 비중이 큰 상황이다. 애플과 MS는 각각 S&P500 전체 시총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유틸리티, 부동산 및 기본 원자재 업종보다 비중이 큰 것이다. 페트리데스 매니저는 “현재 S&P500 인덱스펀드를 사는 것은 마치 후드를 열어보지 않고 중고차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투자자들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매입했는지 알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2000년 닷컴버블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금융주 비중이 불균형적으로 컸다. 한편 2008년에는 국제유가 추락에 앞서 에너지 업종에 비정상적으로 투자가 집중됐다.
페트리데스는 “현재의 한 부문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임박한 파멸에 대한 전조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모닝콜이라고 볼 수 있다”며 “투자 다각화를 원한다면 단순히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다른 다양한 펀드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인베스코의 S&P500비중중립 상장지수펀드(ETF)는 기술처럼 특정 부문에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피하고자 지수 내 모든 주식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한다. 좀 더 작은 기업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리는 펀드도 있다.
불행하게도 이들 펀드는 지난 몇 년간 S&P500지수 상승률에 못 미치는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어느 한 부문이 다른 종목을 능가할 때 위험을 분산하려는 이런 펀드들이 시장을 이기기는 어렵다고 CNN은 부연 설명했다.
한편 위험이 상존하고 있지만, 그래도 IT 대기업 5개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티머시 처브 지라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IT 부문의 과도한 비중에 대한 우려는 무시해도 좋다”며 “1990년대 말(닷컴버블)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지만, IT 대기업들이 평균보다 좋은 매출과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