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증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지표 변동을 주시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2차전지 등 기존 코스피 주도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중국 후베이성의 코로나19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급증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확진자 수에서 제외했던 후베이성 임상 진단 병례를 확진자로 집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3일까지 환자분류 변경으로 인해 확진자 및 사망자로 새롭게 집계된 인원수는 각각 1만5384명, 269명에 달한다.
이로 인해 코로나19발 감염병 공포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 통계 방식ㆍ분류 기준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임상 진단 병례 확진자를 제외할 경우 신규 확진자수의 증가세는 2월 12일, 13일 이틀 연속 2000명을 하회하고 있다(2월초 4000명대). 글로벌 확산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감염병 공포를 제어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최근 커져왔던 코로나19에 대한 낙관론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중국 후베이성 신규 확진자ㆍ사망자 수 추이와 경제지표 결과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OSPI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이미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이제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자체의 불확실성보다는 감염병 공포가 일정부분 반영된 1월, 2월(심리지표) 경제지표를 검증해야 할 시점이다. 2월 서베이지표 결과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동안 글로벌 경제지표 호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경기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미국ㆍG10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인덱스(ESI)는 2018년 하반기 이후 최고치이자 전고점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만큼 경제지표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되어 있고, 추후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이다.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한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코로나19가 후베이성에서 기승이다. 다행인 점은 후베이성 제외 지역에서 확산 기세가 꺾였다는 사실이다.
기세 약화는 세계 금융 시장 안정을 가져왔다. KOSPI는 월초 2100포인트를 하회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2200포인트대에 올라섰고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빠른 반등이다. 중국을 비롯한 피해국 및 주변국이 위기 예방 및 해소에 강한 부양책을 펼치리라는 기대감이 한몫했다.
중국은 이미 부양책을 사용 중이다. 통화 정책부터다. 인민은행은 200조원 이상 단기 유동성을 공급했다. 투자자들은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 및 기준 금리를 인하하리라는 기대감도 표출하고 있다. 중국 10년 국채 금리가 3%를 하회한 배경이다. 시선은 재정 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
3월 양회 연기설로 인해 부양책 시행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생겼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양회 연기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시기가 늦춰져도 규모만 적정하면 증시는 반등 기세를 연장할 수 있다. 규모는 코로나19 파급 영향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통화 정책 효과를 살핀 다음 3월 말 또는 4월로 미뤄질 양회에서 재정 투입 여부를 결정할 듯하다.
통화 정책 기대감은 미국에서도 유효하다. 미국 M2(광의유동성) 증가율은 지난 1월 7%였다. 지난 2016년 연말 7%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내 유동성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뜻이다. Fed(미국중앙은행) 통화 완화 정책 효과 덕이다.
미국 금융 시장은 비둘기 Fed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기준 실질 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로 전환해 꾸준히 유지 중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유가 하락 등으로 1.8%에서 1.6%대로 하락해 실질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완화 정책 대감이 이를 누르고 실질 금리를 (-)로 전환시켰다. S&P 500지수는 Fed가 자산 매입을 이어가고 저금리 기조를 연장한다면 올해 5~10%(M2 증가 효과와 배율 상승 효과)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KOSPI는 G2(미국, 중국) 부양책 기대감을 누리며 상승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주도주다. 한국 내에서는 삼성전자 쏠림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큰 문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KOSPI에서 24%를 차지하고 있다. KOSPI200에서는 30%를 넘어서 한국거래소에서 규정한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도(일명 CAP) 적용 기준에 진입했다. 수급만 놓고 보면 그 영향이 크지는 않다.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다.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도를 적용 받는다면 투자자들이 쏠림에 대한 경계감을 가질 수 있다. 한 종목이 시장에서 1/4~1/3을 차지해 증시 변동성을 좌지우지하면 투자자들은 위험 관리가 힘들어진다는 단점을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개선 중인 반도체 업황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도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의외로 답은 쉬운 곳에 있다. 미국이다.
미국 투자자도 삼성전자 투자자와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이 S&P 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어섰기 떄문이다. 5%는 역사상 당대 시가총액 1위 기업이 S&P 500 지수에서 차지한 비중 고점이다. 동 비율은 해당 종목추세 전환 신호로 작용해왔다. 역사적 전환점 때 시가총액 1위 기업 비중 5%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역할을 담당했다. 여기서 전환점은 급등 또는 급락을 아우른다.
현재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기업은 애플과 마이크로 소프트다. 엎치락 뒤치락 중이다. 이들 두 기업은 S&P 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 내외다. 역사적 사례 때문에 주도주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 1위 기업 시가총액 비중이 중요한 이유는 KOSPI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과 비슷한 추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1위 기업 시가총액 집중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었고 동시에 해소됐다는 의미다. 다행인 점은 해당 종목들이 5% 내외를 기록한 후 꺾여 내려와도 지수는 3~4개월 간 상승 흐름을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주도주가 멈춘 동안 나머지 종목군 상승이 지수 상승 흐름을 연장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비중 하락이 꼭 주가 하락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지수가 더 빨리 오르면 비중은 떨어진다.
미국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이 5%에 도달한 두 차례(2008년 제외) 때 주식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S&P 500 지수 기준 1999년 연말부터 3개월 가량 주식 시장은 5~6% 추가 상승을 보인 바 있다. 2012년 당시에는 애플 비중 하락 이후 지수는 오랜 기간 급등했다. 2013년 랠리 시작 신호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이 낮아진 후 시장 추세나 주도주에 대해 고민해도 늦지 않다.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 고점이 미국에 후행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삼성전자 중심 강세장 종료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아직 필요 없다.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바이오에 대한 긍정 시각을 유지한다. 세 섹터를 아우르는 그룹이 있다면 해당 ETF(상장지수펀드)나 해당 그룹 지주사 투자도 괜찮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