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기업 실적이 중국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다시 고꾸라질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플러스로 전환했던 세계 기업 순이익이 올해 1~3분기 급감할 전망이다.
퀵·팩트셋 공동 조사 결과, 세계 약 1만2000개 기업의 10~12월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5분기 만의 플러스 전환이다. 중국 판매 부진 탓에 매출을 하향 조정하는 등 실적이 부진했던 애플도 크게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5개 지역 중 일본을 제외한 4개 지역에서 증가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기업 실적이 다시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3월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5%로, 전 분기보다 11%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은 순이익이 16% 급감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미국도 순익 증가율이 7%로, 전 분기 25%에서 대폭 꺾일 것으로 예측됐다.
무엇보다 중국에서는 자동차 업체의 실적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및 영업 중단으로 1월 중국의 신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8% 감소했다. 중국 전기차 1위 기업인 비야디(BYD)는 무려 42.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산업용 기기 대기업인 에머슨일렉트릭이 코로나19로 인해 실적 전망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에머슨의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은 반토막이 났고, 주요 부품 조달처들도 풀가동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에머슨은 올 1~3분기에 7500만~1억 달러의 매출 감소를 전망했다.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올해 주당 순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판매에 하방 압력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기업의 실적 부진 그림자도 짙어진다. 10~12월에 순익이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대로라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 분기 연속 후진하는 셈이다. 1~3월은 기업 전망을 근거로 했을 때 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외에 구조적 문제도 실적 악화의 골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과 중국의 추격으로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어서다. 일본은 순익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45%(5년 평균)로 해외 평균인 38%보다 높다.
일본제철은 철강 수요 감소에 신흥국 기업의 추격까지 겹치면서 사상 최대인 4400억 엔(약 4조7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미쓰비시머티리얼도 자동차용 알루미늄 부품 자회사 등에서 특별손실이 발생해 10년 만의 적자 전환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여파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한 가운데, 기지개를 펴려던 세계 기업들이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