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 인수·합병(M&A)을 통한 지각변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매각 4수생’인 KDB생명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각이 내달까지 지연되면 제재대상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KDB생명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 이후 예비입찰을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이다. 당초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KDB생명 매각공고를 내고 연말까지 본입찰을 진행,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계획과 달리 예비입찰 과정이 해를 넘긴 것은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매각 절차가 예비입찰 과정에서 진전되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매각이 무기한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현재 보험업계는 M&A를 통한 지각변동이 한창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주 교직원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77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 비중이 높은 탓에 상대적으로 매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알짜’ 매물로 통하는 푸르덴셜생명도 새 주인 찾기 작업에 한창이다.
문제는 내달까지 매각 작업에 진전이 없다면 현행법상 제재대상에 오르게 된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사가 아닌 사모펀드(PEF)가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최대 허용 한도는 10년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직접 자회사로 갖고 있는 게 아니라 PEF와 그 자회사(SPC)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PEF인 케이디비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는 KDB생명 지분 26.93%를, SPC인 케이디비칸서스밸류유한회사가 65.80%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3월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사모펀드(PEF)와 유한회사(SPC)를 만들어 옛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약 6500억 원에 인수했다. 산업은행은 2014부터 2016년까지 3차례에 걸쳐 KDB생명을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인 가운데 ‘알짜’ 매물로 통하는 푸르덴셜 생명이 매각전이 본격화된 영향이 KDB 매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푸르덴셜 생명은 지난해 9월 기준 자산 약 20조 원(업계 11위) 규모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505%에 달해 업계 1위다. 이에 반해 KDB생명의 지난해 6월 기준 자산은 약 19조 원대(업계 13위)고, RBC는 232.7%로 생명보험 업계 평균(296.1%)을 밑돈다. 이렇다 보니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는 KB금융그룹과 국내 1~3위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참여했다.
산업은행과 시장과의 시각차도 문제다. 산업은행 그간 KDB생명에 투자한 금액 등을 고려해 6000억 원가량을 매각가로 기대하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는 2000억 원 수준을 제시하는 등 산은이 희망하는 가격과 시장 평가 가격의 괴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산은으로서는 빨리 매각을 성사시켜야 추가적인 자본 투입이나 과징금 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KDB생명이) 매물로 이미 3차례나 시장에 나오면서 패를 다 보인 탓에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