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구조 개혁, 시대 요구 반영 ‘공정한 출발선’ 보장할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주거·교육·통신’을 서울시민의 ‘3대 민생 문제’로 규정하고 임기 내에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서울과 수도권의 가계지출 현황을 보면 주거비가 27%를 차지하고 3~4인 가구 기준 통신비는 월 10만 원을 훌쩍 넘긴다”며 “이미 서울시는 시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여러 방안을 내놨는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어떤 토론이든 이길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거비의 경우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이 있고, 통신비 문제는 공공 와이파이 무료 이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교육비는 부담은 저출생(산) 고령화 현상과 연결되는데 서울시가 초등학생 돌봄까지 완전히 책임져 ‘국가가 아이를 키워준다’는 각오로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부동산 불로소득’은 올해 핵심 정책인 ‘공정한 출발선’을 저해하는 중대한 요소인 만큼 세제 개혁, 공시지가 현실화 등을 통해 철저한 환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부동산 투기수요가 뒤따르는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뜻을 따르겠지만 파급효과가 큰 강남권 일부 단지는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서울시가 당면한 핵심 과제는.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게 ‘공정한 출발선’이다. 이번에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쓸었다. 작품 우수성도 있겠지만 불평등 사회를 보여주는 소재와 주제에 공감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불평등한 사회구조 개혁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크다. 청년수당, 청년임대주택 월세 지원, 신혼부부 주거 지원 등이 이를 충족할 대표적인 정책이다.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 지원 정책은 신혼부부 5만 쌍의 절반인 2만5000쌍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돌봄·보육 정책은 교육비와 저출생 고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집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국가가 보육과 교육을 보장해주는 수준은 돼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서울을 테스트베드화할 정도로 창업·벤처를 강조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먹거리는 바로 ‘혁신 창업’이다. 특히 서울처럼 56개 대학과 인재가 밀집된 도시에서 혁신창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세계 톱5 스타트업 도시를 목표로 ‘창업 패스트트랙 7대 프로젝트’와 같은 과감한 투자를 지속했다. 그 결과 지난해 서울 신규 기술창업기업은 4만여 개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시 보육 스타트업에서만 1800억 원 투자유치, 2400명 고용창출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얼마 전 미국 순방에서는 약 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쾌거를 거뒀다. 서울시의 국제 경쟁력, 흡입력은 충분하다. 이번 순방의 또 다른 성과는 ‘CES 서울’ 유치다. 서울시 특화 분야인 ‘스마트시티’와 ‘바이오·5G’를 담아 CES를 유치하기로 했고, 현재 세계가전전시회 주최 측인 CTA와 구체적으로 협의 중이다.
-부동산 국민공유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불평등이 생기는 것은 소득격차, 더 나아가 자산격차 때문이다. 3년간 집값이 10억 오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가 낸 종합부동산세는 고작 130만 원이다. 앉은 자리에서 불로소득으로 10억 원을 벌고 그 중 0.1%만 종부세로 냈다. 나머지 사람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손해를 보는 99대 1의 사회다. 불로소득, 투기적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해야 한다. 그래서 제시한 게 부동산공유기금이다. 보유세 등 부동산 세입으로 기금을 만들어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하고 기업과 국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주거, 주택 보유세를 강화하고 그 세입을 통해 국민공유기금 재원으로 충당하면 좋겠다. 서울시는 개발이익, 개발행위에 따른 부담금이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경우 생겨나는 사회적공공기여금 등을 투입하면 아주 막대한 것은 아니더라도 상징적으로 자체사업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더욱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의 투기수요 억제·금융규제 정책에는 적극 동의한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정책공조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가 적극 건의한 ‘보유세 강화를 위한 법 개정(종합부동산세법)’을 정부가 수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부동산 불패 신화는 없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기 위한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주택공시가격 및 공시지가가 현실화돼야 한다. 다주택자 등 투기 성향 부동산 소유자들에 대한 철저한 환수 조치가 이뤄지려면 보다 근본적인 과세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서울의 주택 공급은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서울시는 연평균 7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했다. 2025년까지 연평균 8만 가구 이상을 더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주택도 임기 중에만 약 40만 가구를 공급해 OECD 평균(8%)보다 높은 10%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투기 수요를 줄이고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면 시장 통제·조절기능도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 집값 안정과 관련해 주목할 대책은.
“서울의 주택 공급은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4년부터 지난 5년간 서울시는 연평균 7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했고 2025년까지 연평균 8만 가구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주택도 제 임기 중에만 약 40만 가구를 공급해 OECD 평균(8%)보다 높은 10%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투기 수요를 줄이고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면 시장 통제·조절기능도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강남·목동·용산 등 노후화 주택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다.
“서울시는 ‘시민 주거 안정’이란 주택 정책 최우선 전제 아래 서울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강남권 일부 단지의 재건축 추진 시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은 주민 뜻에 따라 추진된다.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재개발·재건축이 임박한 단지에 대해서는 ‘정비사업 지원 TF’를 운영해 분양승인신청 소요 기간 단축, 분양가상한제 유예 등을 지원 중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제로페이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있다.
“제로페이는 이제 막 첫 돌을 지났다. 눈에 띄게 체감할 정도의 확산 속도는 아니지만 1년 새 결제 실적이 53배나 뛰었다. 제로페이는 40여 년에 걸쳐 정착된 신용카드를 대체할 차세대 결제 인프라다. 열악한 소상공인의 영업 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요 먹거리 산업인 핀테크 활성화 측면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 올해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결제금액 입력 없이 태깅만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도입한 법인용 제로페이 역시 중앙부처와 타 지자체까지 확산해 공적자금 집행에 사용할 예정이다. 또 서울시 공공시설 할인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제로페이 기반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도 지난달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제로페이 참여사의 결제 앱 이용 시 최대 10%(평시 7%)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지자체 최초로 도입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보완책은.
“미세먼지 계절관리(2019년 12월~2020년 3월)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상태로 추진 상황을 보며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다. 이미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 중인 베이징시와의 정보, 기술 교류를 추진해 한층 더 실효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세먼지특별법 개정안’의 통과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핵심 대책인 ‘5등급 차량 상시 운행 제한’이 전면 시행되려면 이 법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법 개정이 끝나는 즉시 신속하게 조례를 개정해 수도권 공동으로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에 착수할 계획이다”.
-새로운 광화문 광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소통의 새 역사를 쓴 사업이다. 단일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 오랜 시간 소통한 전례가 없다. 3년간 100차례 이상 소통하고도 조금 더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제2라운드 소통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이후 1만 명이 넘는 시민을 만났다. 소통한 내용을 기록한 수첩만 4권이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미래 100년을 바라보고 시민의 꿈과 염원을 담아 조성되는 공간이다. 오랜 소통 과정을 통해 더욱 단단한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민소통의 결과를 담아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