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지난해 외형성장 성공했지만…수익성은 ‘양극화’ 뚜렷

입력 2020-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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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바이오 강국을 목표로 달리는 국내 제약업계가 지난해에도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주요 제약사를 중심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는 울고 웃는 양극화가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까지 2019년 실적을 발표한 상장 제약사 41곳의 합산 매출액은 9조67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특히 대상 제약사 중 34곳(82.9%)이 매출을 확대하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종근당이 사상 처음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서고, 보령제약은 5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가 이어졌다.

그러나 수익성으로 보면 기업별 온도 차가 두드러진다. 절반에 가까운 17곳의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치거나 적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업계 상위 기업인 GC녹십자, JW중외제약, 일동제약 등이 포함된다. 아직 실적을 내놓지 않은 업계 1위 유한양행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일찌감치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GC녹십자는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와 백신 등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독감백신은 내수와 수출 모두 탄탄한 실적을 내며 33.5%의 고성장을 시현했으며, 연결 자회사도 실적이 개선됐다. 그러나 연구개발비가 증가하고 마케팅 비용과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4분기 들어 173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결국,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3% 감소한 403억 원에 그쳤다.

일동제약은 불순물 파동의 직격타를 맞았다. 위장약 원료 라니티딘에서 발암 유발 물질이 검출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9월 해당 성분 의약품의 판매를 중지했다. 이에 따라 연 매출 200억 원대의 간판 제품 ‘큐란’이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수익성 좋은 ‘아로나민’ 시리즈의 재고 조정도 영향을 미쳤다. 매출 부진 속에도 연구개발비는 증가하면서 2018년 283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9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JW중외제약은 영업손실 77억 원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2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던 경장(經腸)영양제 ‘엔커버’가 허가변경으로 지난해 4월부터 판매를 중단했으며, 발사르탄 제제의 처방손실과 재고자산 폐기손실이 발생했다. 고지혈증치료제 ‘리바로’와 종합영양수액제 ‘위너프’ 등 주요 전문의약품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위장약인 ‘라베칸’, ‘가나칸’ 등 이윤이 높은 제품들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원가율이 상승했다.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이 상위 임상 단계에 진입하며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63억 원 증가한 407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빅5’ 중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유한양행도 전망이 밝지 않다. 시장이 예상하는 유한양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0억 원이다. 2018년보다 70% 감소한 규모다. ‘비리어드’, ‘트라젠타’, ‘트윈스타’ 등 대형 도입 상품의 부진으로 전문의약품 부문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레이저티닙’ 등 신약 임상이 궤도에 오르면서 연구개발비가 증가,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외형성장과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이룬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 제품을 중심으로 주력 품목이 고루 성장했다.

한미약품은 간판 복합신약 ‘아모잘탄 패밀리’의 활약에 힘입어 2015년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039억 원으로 대규모 기술수출 이래 1000억 원을 처음 돌파했다. 아모잘탄 패밀리는 지난해에만 714억 원의 매출을 냈다.

동아에스티는 26호 국산 신약인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이 전년 대비 43.8% 성장한 14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위염치료제 ‘스티렌’과 소화성궤양치료제 ‘가스터’, 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이 각각 204억 원, 167억 원, 271억 원의 견조한 매출로 선전했다. 1회성 수수료 수익까지 발생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43.4% 증가했다.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 ‘카나브 패밀리’를 보유한 보령제약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두 자릿수 상승했다. 매출은 4604억 원에서 5243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350억 원에서 391억 원으로 뛰었다. 카나브 패밀리의 지난해 외래처방액은 810억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신약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몸집 불리기뿐만 아니라 실속도 챙겨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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