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 연구 과학자 등 모집 공고…"LG화학 vs SK이노 '기술유출' 소송 선례 남겨야" 목소리도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중국 CATL이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링크트인(Linkedin) 등 채용 관련 웹사이트에 관련 공고를 냈다.
공고에 따르면 주 모집 부문은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 과학자(Research scientist for Li-ion battery)다. 그밖에 고객품질기사(Customer quality engineer), 오류 분석 기술자(Failure Analysis Engineer) 등도 뽑는다.
이중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 과학자의 핵심 역할은 2차 전지, 연료 전지, 광전지, 원자력 등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의 개발이다. CATL은 지원자의 지원 조건 중 하나로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 관련 개발 전략 경험"을 제시했다.
채용 대상은 모두 과장ㆍ부장급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CATL이 배터리 관련 글로벌 인재를 확보해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런 중에 삼성SDI나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에서 CATL 등 중국 기업으로의 인력 유출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중국, 인재의 블랙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산업고도화 추진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면서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에 발맞춰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이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제시하며 한국 인재를 집중적으로 유치하고 있다며 인력 유출을 우려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장 인력 유출이 현실화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CATL에 들어가도 2~3년 뒤에 잘린다는 얘기가 돈다"며 "당장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이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CATL의 기술력은 국내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보다 한 세대 늦다"며 "만약 기술적 진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장기간 고용 보장 등을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런 와중에 장기화하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의 향후 전개를 두고는 정반대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양사가 소송을 이어가는 것은 이에 드는 경제ㆍ비경제적 비용이 적지 않은 만큼 해외 경쟁사들이 이 상황을 틈타 더더욱 공격적으로 성장세를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만큼 최대한 양사가 합의를 서둘러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이번 소송이 '영업비밀 침해'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서 애매하게 합의로 끝내버리면 정작 해외 경쟁업체들이 국내 인력과 기술을 빼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제무역위원회(ITC)와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의 최종 판결을 선례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유출' 소송에서 LG화학의 요구를 인용해 조기 패소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