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파 초기' 인정하고도 '경계' 고집…대외적 부담감 등 작용 분석
하지만 정부는 지역사회 전파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위기경보단계 격상은 망설이고 있다. 위기 단계를 격상할 경우 수출·내수 부진에 이어 대외 상황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방역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총선을 앞둔 것도 위기단계 격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감염병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가 국내 유입되면서 위기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경계 수준으로 올렸다.
위기경보단계가 마지막 단계인 심각이 되면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된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이 경우 부처 간 협조가 필요했던 대응책들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정부가 심각 단계를 내린 건 2009년 75만 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신종플루 때가 유일하다.
지금까지 정부가 위기경보단계를 유지했던 것은 아직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인 확산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중국 방문객 등 외부 유입 감염원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됐고, 접촉자들이 모두 확인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경북 대규모 확진자를 비롯해 감염원 추적이 쉽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면서 이제는 심각 단계로 전환하고 보다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이 지역사회에 전파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지역사회에는 노인과 만성병 환자가 많고, 이들 고위험군이 감염되면 중증환자가 되거나 사망 가능성도 생긴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악의 상황은 슈퍼전파자가 속출하고 의료진이 감염돼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대외조치가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전망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최대 0.2%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뜩이나 수출 부진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 감소까지 더해질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되거나 추정되는 지역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주한 미군도 20일 감염증 위험단계를 '낮음(low)'에서 '중간(moderate)' 단계로 한 단계 격상했다. 모든 군인들에게 불필요한 대구 출장을 금지하고, 기지 외 활동도 최소화하도록 했다. 군 가족과 군무원, 용역업체 직원들에게도 대구 방문 자체를 강력히 요청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도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 위기단계를 격상하는 것은 현 정부의 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고,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