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인류의 미래 식량, 곤충

입력 2020-02-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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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미래 학자들의 예언이 제대로 맞은 적이 거의 없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이들 예언이 제대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 사상 최악의 예언으로 꼽히는 것은 식량 문제다. 50여 년 전 폭증하는 인구 증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많은 학자들이 예언했는데, 대부분 1970~80년대가 되면 인구의 폭증으로 수억 명의 인구가 굶주림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마디로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극한 상황은 오지 않았다. 일부 국가에서 현재 기아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2020년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달하는데도 기아가 지구 차원의 문제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녹색혁명’으로 전 세계의 농업 생산력이 증진되어 50년 전보다 전 세계 양곡 생산량이 무려 3배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40년경에는 지구 인구가 최소한 100억 명에 달하며 이후에도 계속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세계 인구가 10억 명에서 20억 명으로 증가하는 데 120년이 걸렸지만 오늘날에는 대체로 10~12년에 10억 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지구인이 현재보다 2배 정도인 150억 명이 되는 것도 머지않았다고 추정한다.

당연히 이들을 먹여 살릴 방법이 관건인데 일부 학자들은 유전자변형식물(GMO)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GMO는 인간에 대한 안정성 문제가 걸림돌로,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 현재의 식단을 바꾸면 된다는 이야기가 계속 제기된다. 바로 곤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식용곤충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선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B가 많다. 또한 저지방이며, 철분은 물론 혈액의 포도당을 세포로 보내 높아진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적절히 작용하도록 돕는 아연과 같은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경제성이다. 곤충은 생산 면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데, 곤충들은 냉혈이기 때문에 돼지나 소와 같이 체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이를 많이 소비하지 않으며 좁은 면적에서 많은 숫자를 키울 수 있다. 몸무게 1㎏을 늘리려면 소는 10㎏, 돼지는 5㎏, 닭은 2.5㎏의 사료를 먹어야 하지만 귀뚜라미는 1.7㎏이면 충분하다. 쉽게 말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 막스 크라이버 박사는 10톤의 건초를 체중 500㎏의 소 두 마리와 체중 1g짜리 메뚜기 100만 마리(총 체중은 1톤으로 같다)의 먹이로 비교한 결과 메뚜기의 생산성이 5배라고 발표했다. 더구나 곤충들은 가축보다 물을 덜 소비하므로 키우기 쉬울뿐더러 지독한 오염물질인 배설물을 덜 분비하는 것도 장점이다. 가축을 사육할 때보다 메탄가스 배출량이 10배 줄고 산화질소 배출량도 300배나 적어, 현 지구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도 도움이 된다.

곤충을 식용화할 때의 또 다른 장점은 곤충의 모든 부분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축의 경우 가공처리 후 먹지 못하고 버리는 부분이 돼지는 30%, 닭 35%, 소 45% 그리고 양이 65%나 되지만 곤충은 먹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100%를 먹을 수 있다. 또한 식용곤충은 고단백일 뿐만 아니라 다른 영양소도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영양학자들은 돼지, 소, 닭, 오리보다 영양가가 더 높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명의 사람들이 곤충을 식용한다고 알려지는데 한국도 곤충의 식용화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말린 누에고치) 등 3종은 과거부터 식용으로 제조나 판매가 가능해 먹거리로 활용돼 왔으며, 2020년 1월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이 포함되어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식용곤충은 8종이나 된다. 또한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와 쌍별귀뚜라미가 일반 식품원료로 인정돼 식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다. 인간에게 가장 필수적인 식량 문제를 곤충이 해소할 수 있다는 데 과학의 오묘함이 있다.

참고문헌 :

『생명 생물의 과학』, 윌리엄 K. 푸르브, 교보문고, 2003

「벌레 아이스크림 판다는데」, 곽창렬, 조선일보, 2008.02.16.

「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불가사리」, 이두석, 사이언스타임스, 2004.03.11.

「놀라운 곤충의 번식력」, 랍 던, 내셔널지오그래픽, 2010년 9월

「8번째 식용곤충, 새우깡맛 난대요」, 양지호, 조선일보, 2020.01.17

「[Science &] 식탁 오른 곤충…맛·영양 多잡고 미래식량 해결사로」, 서동철, 매일경제, 2016.04.08

「곤충, 바삭함을 사랑한 인류 최초의 스낵」, 김성윤, 조선일보, 2017.06.08.

「미래에 우리가 먹을 음식들」, 림권우, 대중과학, 2018년 8월

「미래식량자원 ‘슈퍼밀웜’ 식용곤충 인정」, 김성호, 파이낸셜뉴스,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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