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률 50%' 2년 이상 지속 시, 그대로 시장에서 사라져
앞으로 2년 이상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항공사는 시장에서 바로 퇴출된다. 이 같은 법규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갈 곳을 잃은 항공업계의 목을 조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9일 '항공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안(지난해 8월27일 개정)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28일부터 시행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1년 이상 자본잠식률 50% 상태인 항공사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개선 명령 이후에도 자본잠식률 50%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유효기간을 기존 3년 이상에서 1년을 단축시켜 부실한 항공사는 곧바로 아웃 시키겠다는 고강도 처방이다.
현재 자본잠식률 기준으로 퇴출 위기에 몰린 항공사는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은 물론 최근 시장에 신규 진입한 플라이강원 등 모두 저비용항공사(LCC)들이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12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47.9%로 50%에 육박한다. 2007년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을 넘어 한때 자본잠식률을 300%대를 기록할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취약했으며,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보이콧 재팬, 보잉 737 맥스8 운항 중단은 물론 코로나19 등의 악재가 겹쳐 자본잠식 비율이 더욱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은 25일 지급할 예정이었던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기로 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최소한의 회사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연말정산 정산금을 포함한 나머지 급여는 추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진행 중인 제주항공의 청사진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도 제기된다. 우여곡절 끝에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해도 이후 재무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뒤늦게 LCC 시장에 진출하며 몇년 째 재무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은 에어서울 역시 2018년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63.4%로 이미 개선 명령 대상이다.
설상가상으로 에어서울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 한 달간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1일부터 2주간의 항공권 티켓 판매도 대부분 중단했다.
에어서울이 전 노선 운항을 중단할 경우 모든 직원은 한 달간 휴직을 해야할 수도 있으며, 이는 LCC 시대가 본격 출범한 이후 사실상 첫 휴업이다.
이외에도 최근 LCC 시장에 진입한 플라이강원도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5%로 사업 초기부터 위험하다. 항공업 특성상 사업 초기 지출이 많은 만큼 이미 초기 자본금을 절반 이상 갉아먹었다.
지난해 말 기준(추정치) 자본규모는 176억 원으로 전년 동기(305억 원) 대비 반토막이 난 반면 부채는 220억 원으로 1년 만에 11배 가량 증가했다.
항공산업 특성상 초기에 대규모 투자비용이 발생하고 이익을 내기까지 아주 오랜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항공법 개정안은 신규 LCC에게는 더욱 불리하다. 신규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항공업계 관계자 "국토부는 지난해 초, 무려 LCC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3군데에게 사업 면허를 발급해주는 대신 법령 강화를 통해 철저히 시장감시를 병행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들에게도 최대한 많은 자본금을 확보하고 시작하라고 조언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등 외부적 악재들이 줄줄이 겹쳐 예상보다 훨씬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