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가장 먼저 예방 및 피해복구 성금 지원…확산 직전엔 “中 주재원 가족 전원철수” 결정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잇따라 한 발 앞선, 이른바 ‘선제대응’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사태 확산 직전 ‘중국 주재원 가족 전원철수’를 서둘러 결정했고, 협력사 경영난을 우려해 1조 원대 자금 지원도 빠르게 단행했다.
정부의 위기경보 격상과 동시에 사업장 통제를 강화하는 대응 2단계 전략도 곧바로 추진했다.
다른 기업들이 이제야 방역과 통제를 추진하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예방과 피해복구를 위해 50억 원의 지원금도 선뜻 내놨다.
◇의료진과 대구ㆍ경북 피해복구 위해 50억 원 지원=현대차그룹은 26일 코로나19의 사전 방역과 조속한 피해 복구 등을 돕기 위해 50억 원의 성금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맡긴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지원이 대구ㆍ경북지역에 집중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과 치료ㆍ방역 등 의료활동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전국의 재난 취약계층과 의료진, 피해자를 대상으로 현금과 구호ㆍ방역 물품 제공, 예방ㆍ방역 활동 등을 지원한다.
경제활동 위축으로 피해가 큰 저소득층과 자가 격리자를 위해 △체온측정기와 △손 세정제 △마스크 등의 예방 물품도 제공한다.
특히 대구ㆍ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방역서비스를 조기에 실시하고, 방역 물품, 생필품 등을 적기 공급하는 데 집중한다.
구체적으로 대구ㆍ경북지역의 소외계층과 자가 격리자들에게 식료품 키트도 전달한다. 식료품 키트는 식품과 음료 등으로 구성했다. 2주간의 자가 격리 기간 자택 내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식료품 키트 제공은 자가 격리 대상자들의 외부 출입 필요성을 줄여 대면 접촉에 의한 전염 가능성을 줄이려는 방안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결정은 재계 주요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행보다.
이날 현대차그룹이 50억 원의 지원금을 결정한 이후 뒤이어 SK그룹과 LG그룹이 각각 지원금 50억 원을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3곳을 제외하면 아직 구체적으로 지원 계획을 내놓은 곳이 없다.
◇확산 직전 '중국 주재원 가족 전원철수'도 주효=현대차그룹의 빠른 행보는 이번 사태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일찌감치 시작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산 조짐이 시작되자 재계 주요기업은 중국 현지사업장을 중심으로 방역과 위생관리를 강화했다.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주재원 가족 전원 철수”를 서둘러 결정했다.
단순히 철수 조치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철수를 지원하고 한국 체류를 도왔다. 우리 정부가 교민 후송을 위해 중국 우한에 전세기를 띄운 것보다 '나흘'이나 앞선 대책이었다.
중국 주재원 가족 전원 철수 결정은 지난해 중국 사업총괄로 부임한 이광국 사장의 직접보고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빠른 결정이 맞물린 결과였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사업본부장에서 중국 사업총괄로 승진한 이광국 사장이 사태확산 가능성을 포함한 현지상황을 면밀히 보고해왔다”라며 “최고경영진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동시에 한발 더 나아가 ‘주재원 가족 철수’ 및 '철수 지원'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룹 내부에서도 적절한 선제대응이었다는데 이견이 없다”라고 말했다.
◇중소 부품 협력사에 1조 원대 자금지원=정 부회장은 중국발 부품 수급 차질로 인해 주요공장이 차례로 휴업에 나서는 중에도 부품 협력사를 챙겼다.
지난 6일 현대차그룹은 △3080억 원 규모 경영 자금 무이자 지원 △납품대금 5870억 원 △부품양산 투자비 1050억 원 조기결제 등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집행했다.
정 부회장은 자금 지원을 결정하며 “우리도 어렵지만, 협력사부터 먼저 챙겨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정부의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직후에는 가장 먼저 사업장 통제에 나섰다.
23일 일요일 위기경보가 격상되자 주말 오후 전 사업장을 상대로 대응 2단계 통제조치에 나섰고 이튿날인 24일(월요일) 곧바로 시행에 나섰다. 외부인의 사업장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한편, 유연근무제를 비롯해 임신 중인 직원의 재택근무 등도 서둘러 결정했다.
다른 기업들이 뒤이어 25~26일에서야 사업장 통제를 시작한 것보다 한발 앞선 대응이었다.
예방 및 방역을 위한 이번 지원금(50억 원)도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결정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의 신속한 회복과 안정적인 예방 및 방역활동을 위해 이번 지원을 결정했다”라며,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별로 특정사안을 결정할 때 언제나 삼성전자가 기준점이었다”라며 “지원금이나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삼성전자의 지원 규모가 나오면 이에 맞춰 다른 기업이 지원 수위를 결정했지만 최근 현대차그룹이 이와 관계없이 서둘러 의사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최근 재계 분위기를 전했다.